스토리텔러, 복지시설 찾아 무료 봉사활동 나이가 들면 누구나 외로워지는데, 누군가와의 대화가 그리워진다. 지난 해 YWCA 은학의집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스토리텔러’교육을 받았던 25명의 어르신들이‘은학시니어 봉사단’을 만들고, 차례를 정해 사회복지시설에서 무료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봄기운이 따스한 날, 농촌풍경이 남아 있는 수정구 창곡동에 자리한 자광원을 찾았다. 현관을 들어서 긴 복도를 걸어갔다. 한 방에 노인이 5명씩 기거하고 있는데, 문패에 80~100세의 나이가 표시돼 있다. 노랫소리를 따라 가니 여러 명의 할머니들이 빙 둘러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오늘은 조건행(64·야탑동) 씨가 봉사하는 날. “전래동화나 이해하기 쉬운 고전을 한 시간에 걸쳐 낭독해 준다”는 조 어르신은“즐거워하는 노인들을 보면서 오히려 봉사의 즐거움을느끼게 된다”고 했다. 우선 할머니들께 사탕을 나눠주면서 웃음 띤 얼굴로 가벼운 인사를 나눈다. 그 사이 휠체어를 타고 자리를 옮기는 분도 있다. “이야기 시작할까요?”목소리는 나직하면서 정겹게 흐른다. “옛날, 옛날 어느 산골에 홀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총각이 있었습니다…”할머니들은 귀를 쫑긋하고 듣고 있다. 새끼 세발을 들고 물물교환을 하면서 맨 나중에는 아내를 얻는 것으로 끝나는 이야기였는데, 할머니들은 다소곳이 이야기 속 으로 빠져 들었다. 낭독이 끝나자 지난 주에 이야기와 노래로 즐겁게 했던 스토리텔러의 안부를 물으며 다음에는 꼭 데려오라면서 화기애애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곳에 기거하는 박원례(79) 할머니는“이번 주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늘 기다려진다”면서 이야기 사연을 실제인 양 나무라기도 하고 욕하기도 한다.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젊었던 시절로 돌아간 듯 기운이 솟는다고도 했다.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기 쉬운 노년의 삶에 이들 스토리텔러가 활력소가 되고 있다. 서로 들려주고 들어주는 진지한 모습에서 생에 대한 유쾌한 감사가 흐른다. 은학의집 707-8790 장영희 기자 essay45@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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