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건강하게 계셔주셔서 감사하고, 시에서 챙겨주셔서 더 감사합니다.”

100세 장수축하금 받은 양지동 최고령 정창업 어르신, 아들에게 듣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6/02/22 [14:24]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성남시 100세 장수축하금 전달 취재를 위해 관내 최고령인 정창업 어르신을 만나는 날. 어르신의 아들 내외가 운영하는 양지동의 한 정육식당에 들어섰다. 아직 손님이 들기 전 식당 테이블에서 따끈하게 김이 나는 갈비탕을 잡숫고 계시는 연세 지긋하신 분이 보였고, 아들 정종열 씨가 웃으며 맞아주었다.


▲ 양지동에서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아들 정종열씨  © 비전성남

 

아버님이 지금 식사 중이셔서요. 인터뷰는 식사 마치시고 해도 괜찮을까요?” 

기다리는 동안 아들 종열 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침 식사로 갈비탕을 드실 만큼 건강하신 정창업 어르신의 장수비결이 무엇보다 궁금했던 터였다.

 

어르신은 매일 아침 갈비탕을 드실 만큼 고기를 좋아하고, 빵도 좋아하신다고 했다. 특히 부드러운 단팥빵을 아주 좋아하신단다. 단팥빵과 고기라니.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건강 비결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 여전히 스스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정창업 어르신  © 비전성남

 

그러나 곧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창업 어르신의 하루 일과는 아주 규칙적이고 스스로 몸을 움직여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집에서 거의 1킬로미터 거리인 가게도 매일 걸어서 오가신다고 종열 씨가 귀띔해 주었다

 

30여 분 동안 천천히 식사를 마치신 어르신은 드신 그릇을 스스로 치웠다. 느렸지만 1915년생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보행이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요즘은 모란시장에 가시는 것을 가장 좋아하세요. 장날마다 가셔서 단골 칼국수 집에 꼭 들르시고 시장도 한 바퀴 둘러보고 오십니다. 또 몸 움직이기를 좋아하셔서 지금도 여전히 스스로 드시고 치우시죠. 저는 병원에 자주 가는데 아버지는 치과 정도만 다니시고 병원에도 거의 가지 않으세요. 이렇게 건강하게 계셔주셔서 감사하고, 또 이런 고령자분들을 시에서도 챙겨주시니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 장수축하금을 전달하며 어르신의 손을 잡은 양지동 행정복지센터 정진찬 동장  © 비전성남

▲ 장수축하금을 전달받은 성남시 최고령자 정창업 어르신(가운데)과 아들(오른쪽), 양지동 정진찬 동장  © 비전성남

 

어르신의 장수를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방문한 양지동 행정복지센터 정진찬 동장에게 아들 종열 씨가 한 말이다. 정 동장은 장수시민증과 성남사랑상품권 을 전달하고 모란장에 가셔서 맛있는 빵도 사드시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라며 정창업 어르신의 손을 한참 동안 꼭 쥐었다.

 

▲ 초고령 어르신이라 겪어야 했던 웃지 못할 일화를 떠올리는 아들 종열 씨 © 비전성남

 

아직까지 요양보호사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6.25에 참전했을 때의 일을 여전히 기억할 만큼 정신도 좋으신 편이다. 워낙 건강하시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많이 있었다는데 그중 하나가 응급실 사건이다.

 

술 때문에 밤 10시에 응급실에 실려 간 정창업 어르신을 따라간 아들 종열 씨에게 의사는 무거운 표정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그런데 말끝에도 너무나 평온하기만 한 종열 씨를 의사는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새벽 4. 갑자기 벌떡 일어나 걸어서 응급실을 나서는 정 어르신을 의사는 그저 입을 떡 벌리고 바라봐야 했다.

 

아버지가 고령이라 가는 병원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듣는다며, 종열 씨는 응급실에 6시간이나 있었던 자신이 더 힘들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벌써 4년 전 일이니, 지금은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리라.

 

▲ 17년간 어르신을 모셔온 정종열 김선란 부부  © 비전성남

▲ 상품권으로 모란시장에서 맜있는 먹거리와 옷을 사자는 선란 씨의 말에 응답하는 어르신  © 비전성남

 

웃으며 이야기한다고 고령의 부모를 모시는 일이 쉽기만 했을까.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17년째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종열 씨는 그 공을 모두 자신의 아내에게 돌렸다. 일상적인 수발은 모두 며느리 김선란 씨가 맡고 있다.

 

어르신은 모란시장도 며느리와 함께 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가게를 하며 시아버지도 모시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여상하게 말하는 며느리 김선란 씨의 선한 모습에서 어르신의 장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관내 고령 어르신들의 안녕과 장수를 기념한 성남시의 장수시민증  © 비전성남

 

성남시가 시행하는 장수축하금이 정창업 어르신처럼 100세를 훌쩍 넘긴 어르신들의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남은 날들을 더욱 의미 있게 해주는 하나의 시금석이 되기를 바란다.

 

취재 서동미 기자 ebu7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