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민 독서릴레이 20 김진엽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진리란 무엇인가?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7/23 [14:55]

 
▲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장하석 지음지식플러스 펴냄     © 비전성남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장하석 교수의 EBS 교양 강좌를 글로 옮긴 책이다. 과학과 ‘거리두기’를 하는 대중들을 대상으로 서술한 책이기 때문에 읽기에는 크게 부담이 없지만 기본적인 과학과 철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에 그다지 쉬운 책은 아니다.

“왜 우리는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가?”가 이 책의 중심 주제다. 장하석은 기술(공학)과 순수과학을 구별한다. 그리고 순수과학은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사실상 이러한 지점이 철학이라는 인간 사유의 근원을 탐구하는 형식과 과학이 접목되는 지점이다.

책의 서두에서 장하석은 칼 포퍼(K. Popper)와 토마스 쿤(T. Kuhn)이라는 과학철학자들을 대비시키면서 중점을 쿤에게 둔다. 포퍼는 과학의 정확성과 엄격성을 강조한다. 과학의 이론을 검토한 후 이론과 사실이 맞지 않는 경우 그것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쿤은 패러다임을 이야기한다. 과학연구의 목적은 기존의 가치체계를 폐기하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틀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밝혀낸다는 것이다. 포퍼는 역사와 사회는 진보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계몽주의자였고, 쿤은 새로운 진리라는 것은 없고 새로운 사상이 기존의 사상을 대체하는 것, 즉 패러다임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회의주의자다.

장하석은 이들의 생각을 비교하며 책을 서술해나간다. 과학과 지식, 진리의 문제와 실천과학의 역사, 최종적으로 자신의 다원주의적 과학론을 제시한다.

고대 세계에서는 모든 사유가 하나로 묶이는 신화적 사유였다. 시간이 흘러 문명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간 중심의 사유가 정착됐다. 신화적 사유는 이제 제사장, 관료, 기술자들로 흩어져 종교, 철학, 과학으로 분리되기 시작했다. 현재의 과학자의 원류가 되는 장인들은 중하층 계급으로 실천적 기술을 발전시켰다. 장인들은 감각을 통해 지식을 획득해 측정 기구를 만들고 그 기구를 통해 감각을 수정하면서 과학을 발전시켰다.

시간이 흘러 근대에 이르러 신의 세계에 도전한 뉴튼(뉴턴이 아니라고 장하석은 주장한다)이 등장하면서 모든 인간의 사유는 과학으로 집중됐고, 과학의 방법적 확실성은 철학에도 영향을 줘 데카르트를 시작으로 철학에서도 방법을 통한 합리성을 탐구하게 된 것이다. 과학이야말로 신의 세계에 다다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근대철학의 아버지 칸트에게서도 과학의 방법적 확실성은 그의 평생을 몰두하게 한 화두였다.
 
그렇지만 장하석은 과학에는 “절대적인 지식이란 없고 지식을 가장 잘 획득할 수 있는 절대적인 방법이란 없다”라고 강조한다. 더 나아가 진리는 없다고 주장한다. 진리라는 하나의 최종점에 대한 열망은 종교적 열망이라고 주장하면서 “과학의 임무는 자연에 대한 ‘진리’가 아니라 ‘진상’을 밝히는 것”이라고 한다.

과학은 항상 새로운 개념을 도출해 내지만 그것을 발견하는 과학자들의 사유는 여타의 인간들처럼 자신의 선입견을 통해 과학적 발견에 착수할 뿐이다. 모든 과학적 발견은 우연에 의해 시작된 것일 수도 있고, 만일 과학자의 착상이 다른 방향에서 시도된다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또 과학이 자랑하는 실험과 검증에서도 블랙홀이나 우주의 암흑물질 등은 관측이 불가능하다. 과학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닌 것이다.

이 점에서 장하석은 절대적인 사유의 명증성 대신 ‘다원주의’를 이야기한다. 과학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총괄한다는 생각은 ‘물리학 제국주의’라고 비판한다. 장하석의 다원주의는 ‘관용의 이득’과 ‘상호작용의 이득’을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입장의 바탕은 ‘귀기울임’이다. 자신의 선입견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다.

다원주의는 무질서한 상대주의로 흐를 수도 있지만 여타 가치의 체계와 방식들을 인정하면서 좀 더 발전된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다원주의인 것이다. 이러한 말은 ‘공자 왈 맹자 왈’처럼 교조적인 이야기로 흐를 수도 있지만, 장하석이 이 책에서 서술한 과학의 역사나 인식의 역사를 검토해보면, 그의 다원주의가 과학과 철학, 인문학, 예술의 분야에서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또 우리의 세상에 대한 생각을 풍성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성남시민 독서릴레이 21번째 주자는 공연기획자이자 연출가인 서정림 선생님입니다. 긴 터널 같은 시기를 선생님이 소개하는 책으로 잠시 잊어보겠습니다.
 
성남시민 독서 릴레이는 시민과 시민이 책으로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① 은수미 성남시장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② 노희지 보육교사 『언어의 온도』
③ 일하는학교 『배를 엮다』
④ 이성실 사회복지사 『당신이 옳다』
⑤ 그림책NORi 이지은 대표 『나의 엄마』, 『어린이』
⑥ 공동육아 어린이집 ‘세발까마귀’ 안성일 선생님 『풀들의 전략』
⑦ 구지현 만화가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
⑧ 이무영 영화감독 『더 로드(The Road)』
⑨ 김의경 소설가 『감정노동』
⑩ ‘비북스’ 김성대 대표 『단순한 진심』
⑪ 스토리텔링 포토그래퍼 김윤환 『포노 사피엔스』
⑫ 김현순(구미동) 『샘에게 보내는 편지』
⑬ 주부 유재신 님 『정원가의 열두 달』
⑭ 황찬욱 학원장 『위험한 과학책』
⑮ 한영준 송림고 교장 『라틴어수업』
⑯ 성남교육지원청 이동배 장학사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⑰ 김혜원 호서대학교 교수 『죽음의 수용소에서』
⑱ 정소영 세계동화작은도서관장 『가재가 노래하는 곳』
⑲ 홍의택 가천대학교 교수 『명묵(明黙)의 건축』
⑳ 김진엽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21 서정림 공연기획자·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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