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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신흥이re100을 구출하라

김종안 중원구 금광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7/22 [16:3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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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이re100을 구출하라
김종안 중원구 금광동
 
6월 29일 저녁, 매섭게 몰아친 비바람은 그 모진 날들을 견뎌 내고 굳건히 서 있던 신흥이re100 천막을 기어코 무너트렸다. 평소 신흥이re100을 애용하던 김씨 아주머니는 “에구머니나~” 하며 모두의 심정을 먼저 입 밖으로 꺼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주 화·토요일마다 열리는 자원순환가게 신흥이re100은 신흥 마을의 문화로 자리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담아 양손 가득 들고 왔던 신흥동성당 유치원 아이들의 웃음소리, 주말이면 자녀들과 함께 나와 분리배출의 중요성을 얘기하시던 어머님의 목소리, “안녕하세요” 하며 주민 분들을 맞이하던 신흥이re100 활동가들의 힘찬 인사 소리. 하지만 이제 신흥이re100에서는 무너진 천막 사이로 드나드는 바람 소리만 날 뿐이었다.

30일 아침, 소식을 들은 성남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활동가들이 모두 신흥이re100에 모였다. 이대로 신흥이re100을 잃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막을 지탱하던 줄을 풀고 천을 걷은 뒤, 안에 있던 재활용 폐기물을 구출해냈다. 모두 망가졌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종이만 조금 젖었을 뿐 대부분의 재활용 폐기물들은 무사했다. 하지만 천막의 뼈대는 휘고 부러져 다시 쓸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트럭 소리에 맞춰 누군가 소리쳤다. “저길 좀 봐!” 그 트럭은 신흥이re100에 새 숨결을 불어넣을 ‘new천막’을 실어 오고 있었다. 모두의 환호 속에 빠르게 new천막이 내려졌고, 모두 몇 번이라도 해봤던 것처럼 능숙하게 천막을 조립했다. 뼈대를 세우고 기둥을 고정한 뒤 천을 뒤집어 씌우자 그리웠던 신흥이re100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땀으로 범벅된 김씨 아주머니 눈에서 떨어진 작은 눈물이 신흥이re100 자갈밭에 닿는 순간 하늘은 개어 모두의 얼굴에 따뜻한 햇살을 드리웠다. 그 얼굴들은 곧 웃음으로 가득 찼다.

어느새 오후 2시가 됐는지 신흥이re100을 이용하려는 원씨 할머니가 손을 흔들며 들어오고 계셨다. 자원순환활동가들도 다시 소리쳤다. “어서 오세요!”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0년 8월 7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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