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휴가는 ‘나만의 금강산’으로
이영화 분당구 구미동 남편은 일요일 아침부터 어딜 그렇게 다녀왔냐며 올여름 휴가 계획을 물어왔다. 간밤에 내린 비로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머내과학공원을 돌며 기분 좋은 땀을 흘리면서 막 들어서던 참이었다. 금강산엘 다녀왔지. 휴가를 가긴 어디로 가요, 여기가 금강산인데! 이 어려운 시기에 까치마을을 품고 있는 머내과학공원은 내겐 정말 금강산 부럽지 않은 힐링 장소가 돼 주고 있다. 철조망이 잠시 풀려서 금강산 관광이 몇 차례 육로로 열린 해에 남편은 회사에서 금강산엘 다녀왔다고 자랑했다. 내심 남편을 부러워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꼭 한 번 금강산엘 다녀와 보리라 맘을 먹었던 터여서 금강산이란 단어가 그렇게 불쑥 튀어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강산도 여러 번 바뀔 만큼 세월이 흘렀으나 여전히 멀리 있는 금강산은 내겐 꿈일 뿐이다. 하지만 걸어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까치마을의 머내과학공원은 산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것을 갖추고 매일매일 나에게 꿈이 아닌 튼튼한 현실을 만들어 주고 있다. 높고 낮음이 있고, 오르고 내림이 있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뿌리 깊은 나무와 들꽃이 있고, 울창한 숲이 주는 흙냄새도 비 내린 다음날이면 짙게 배어 나와 얼마나 고맙고 기특한지 모른다. 지난해 가을 25년을 넘게 살았던 울산을 떠나와 여기에 정착하면서 모든 것이 낯설어 붕붕 떠 있던 나를 붙잡아 준 것 역시 바로 머내과학공원이다. 공원 초입에 있는 구미도서관은 행운권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사전예약제로 충분히 책을 빌려 볼 수 있으니 그나마 감사한 일이다. 문자 그대로 집에서 쉬면서 휴가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계절이 어느덧 깊이 와 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일상과 여러 가지 아쉬움과 불편함은 이제 내 맘속에서 지우기로 했다. 대신 올여름엔 ̒내 마음의 금강산' 엘 실컷 오르려 한다. 언젠가 저 북녘땅의 진짜 금강산을 오를 날을 꿈꾸면서.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0년 8월 7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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