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독자 마당essay] 올여름 휴가는 ‘나만의 금강산’으로

이영화 분당구 구미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7/22 [16:36]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올여름 휴가는 ‘나만의 금강산’으로
이영화 분당구 구미동
 
남편은 일요일 아침부터 어딜 그렇게 다녀왔냐며 올여름 휴가 계획을 물어왔다. 간밤에 내린 비로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머내과학공원을 돌며 기분 좋은 땀을 흘리면서 막 들어서던 참이었다.

금강산엘 다녀왔지. 휴가를 가긴 어디로 가요, 여기가 금강산인데!

이 어려운 시기에 까치마을을 품고 있는 머내과학공원은 내겐 정말 금강산 부럽지 않은 힐링 장소가 돼 주고 있다.

철조망이 잠시 풀려서 금강산 관광이 몇 차례 육로로 열린 해에 남편은 회사에서 금강산엘 다녀왔다고 자랑했다. 내심 남편을 부러워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꼭 한 번 금강산엘 다녀와 보리라 맘을 먹었던 터여서 금강산이란 단어가 그렇게 불쑥 튀어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강산도 여러 번 바뀔 만큼 세월이 흘렀으나 여전히 멀리 있는 금강산은 내겐 꿈일 뿐이다.

하지만 걸어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까치마을의 머내과학공원은 산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것을 갖추고 매일매일 나에게 꿈이 아닌 튼튼한 현실을 만들어 주고 있다. 높고 낮음이 있고, 오르고 내림이 있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뿌리 깊은 나무와 들꽃이 있고, 울창한 숲이 주는 흙냄새도 비 내린 다음날이면 짙게 배어 나와 얼마나 고맙고 기특한지 모른다.

지난해 가을 25년을 넘게 살았던 울산을 떠나와 여기에 정착하면서 모든 것이 낯설어 붕붕 떠 있던 나를 붙잡아 준 것 역시 바로 머내과학공원이다. 공원 초입에 있는 구미도서관은 행운권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사전예약제로 충분히 책을 빌려 볼 수 있으니 그나마 감사한 일이다.

문자 그대로 집에서 쉬면서 휴가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계절이 어느덧 깊이 와 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일상과 여러 가지 아쉬움과 불편함은 이제 내 맘속에서 지우기로 했다. 대신 올여름엔 ̒내 마음의 금강산' 엘 실컷 오르려 한다. 언젠가 저 북녘땅의 진짜 금강산을 오를 날을 꿈꾸면서.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0년 8월 7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