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구 금광1동 23통장
"15년을 산 고향 같은 우리동네, 내 이웃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즐거워"
"쓰레기 불법투척은 환경이 열악해서가 아니라 시민의식이 열악한 탓"
"통장은 주민들을 대표해서 주민생활에 불편한 크고 작은 문제점을 동 주민센터에 전하여 해결책을 찾고, 또한 주민센터의 행정업무를 주민들에게 전해 협조를 구하는 중간역할을 하는 봉사자입니다."
손청현(48)통장은 올해로 5년째 중원구 금광1동 23통 주민들의 대변인으로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15년을 금광1동에 살아서 고향 같은 동네에 작지만 이웃을 위해 무언가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운 맘으로 일하고 있다는 손 통장은 분당 양영고등학교 출신으로 하나그룹 경리부에서 15년을 근무했다.
IMF로 퇴사한 손 통장은 어려서부터 배운 한자실력으로 안양지역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중 지리산 청학동의 서당에서 훈장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고,이를 받아들인 손 통장은 3년동안 청학동 서당에서 훈장을 했다.
청학동에서 돌아온 손 통장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과 학문을 지역주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어머니 한자교실'을 열어 봉사하기도 했다. "어머니 한자교실에서는 단순히 한자만을 가르치기보다는 고사성어를 통한 인성교육에 중점을 뒀었지요. 어머니의 인성이 자녀들에게 큰 영향을 주니까요. 헌데 이곳은 한자교육 같은 교양 교실보다는 에어로빅 같은 취미교실이 더 성황을 이루더라고요" 하며 손 통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금광1동은 올 3월 재개발 지구지정 확정을 앞두고 있지만 이미 오래전에 많은 건물주들은 타동네로 이주를 하고, 현거주자의 50%정도가 세입자여서 주민화합에 어려움이 많은 지역이라고 밝히는 손 통장은 "세입자가 많이 살다보니 타 동네에 비해 주인의식이 떨어집니다. 한 예로 쓰레기 불법투척방지를 위해 밤늦도록 메가폰을 들고 가두방송을 해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어요. 우리동네는 주변환경이나 먹고 사는 것이 열악한 것이 아니라
일부 주민의 의식이 열악한 것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라며 "오랫동안 한 동네에 살아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다 알고 지내는 터에 불법현장을 목격하고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가 제일 불편하지요"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나 아직은 서민들이 서로 몸 부대끼며 사는 동네여서 주민들이 통장을 인정하고 동네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때는 고맙고 힘이 난다고 했다.
어려운 처지의 영세민에게 약간의 도움을 줬을 뿐인데 겉치레가 아닌 진심어린 고마움의 인사를 받았을 땐 통장으로서 보람을 느낀다는 손청현 통장.
월 20만원 받자고 굳이 통장을 하는 건 아닌데 간혹 주위사람들로부터 "요즘 통장,할 만하다며?!"라는 얘길 들을 때면 당혹스럽다는 손 통장은 제빵업을하고 있으며 부인 엄태희(46)씨와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바른 말을 잘해 간혹 주위에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통장으로서 주민을 위해 할 일에는 최선을 다 할 것이라는 손 통장은 기회가 되면 '한자교실'을다시 열어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친 우리를 위해 손 통장이 서당의 훈장다운 멋진 솜씨로 칠판에 써내려간 글은 "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佛可輕(소년이로학난성 일촌광음불가경)"
"소년은 늙기 쉬우나 학문은 이루기는 어려우니 순간순간의 세월을 헛되어 보내지 말라"는 뜻깊은 글귀였다.
정경숙 기자 chung09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