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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미스터 슈퍼맨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8/24 [14:0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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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슈퍼맨
서현수 중원구 은행동
 
성남에 자리를 잡고 세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도 아빠란 역할은 아직 서툴다.
 
부쩍 커버린 두 아이와 이제 갓 두 돌 지난 막내를 뒤로 하고 출근하고, 다시 돌아오면 아빠가 들어갈 수 없는 자신들의 공간을 가진다.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도 피곤함을 핑계 삼아 소홀한 것은 사실이다.

그에 반해 TV 속 뭇 남성들은 한 치의 오점은 커녕 능력자에 잘 생기고 유머러스하다. 게다가 키도 크고 몸도 좋고.
 
어디 그뿐인가? 결혼 후에도 정말 다정다감하고, 취미활동으로 사진이나 여행 등등 온갖 고상한 활동을 하면서도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을 다 챙긴다.
 
그리고 집에서는 다정한 남편, 멋진 아빠로 변신하고 때론 전문 셰프급 요리를 척척 해낸다.

‘이게 인간인가?’ TV 속 설정이다, 촬영 때만 잠시 그럴 것이라 여겨보지만, 거의 슈퍼맨급이다. 그런데 그렇게 돼보고 싶기도 한다.

재미로 봤던 동영상 속 백 선생의 메뉴를 따라해 본다. 내 평생 파를 썰어본 기억도 없다. 하지만 이젠 모든 요리의 기본이 파기름이다. 맛이 부족할 땐 백설탕을 과감히 넣는다.
 
이제는 아빠의 요리가 맛있다고 한다. 떡꼬치는 학교 앞에서 파는 것보다 더 좋아한다. 매주 일요일 떡꼬치는 아이들 간식의 단골 메뉴가 됐다.
 
비밀이지만 아빠표 김치찌개 맛의 핵심은 손맛이 아닌 고향의 맛 가루란 걸 아직은 모르는 것 같다.
 
때론 설거지와 청소를 하며 아이들의 흔적을 느껴본다.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가지고 놀았는지….

아빠에게 자기들의 하루를 더 많이 들려주려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우리 가족 모습을 그린 그림이 어색하거나 가식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 슈퍼맨이 별거겠는가?’ 이런 모습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영화 속 근육질의 슈퍼맨이 아닌, D라인 흰색 러닝셔츠의 아빠도 집에서는 얼마든지 슈퍼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 슈퍼맨을 들켜선 안 된다. 그래서 아침마다 가슴의 “S”를 셔츠로 가리고 출근한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0년 9월 4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