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엄마 말 안 들으면 망태 할아버지한테 잡아가라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무섭고 겁나는 말이지만 망태 할아버지는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만들어 돌려보낸다는 이야기다.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이야기책 속에서 박연철 작가가 펼치는 상상의 세계와 공연극단 문(門) 박영희 대표의 작은 종이컵 속 커다란 상상의 세계를 아이들은 경험하게 된다.
9월 12일 토요일 오후의 달콤한 시간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가족이 함께 종이컵 공연을 볼 수 있으니 아쉽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책이랑도서관(중원구 상대원동 소재) 박정숙 관장. 도서관이 위치한 상대원동 지역의 엄마와 아이들이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가졌으면 해서 애초 20가족을 신청받았는데 호응이 좋아서 10가정을 더 신청받게 됐다.
극단 문(門)의 배우 박영희 대표의 낡은 상자 안에서는 크고 작은 종이컵 인형들이 줄줄이 나온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종이컵 인형 민제가 방문을 열고 나오면서 저녁 잠자리에 들기까지 일상이 전개된다. 민제는 밥보다 맛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고, 엄마는 밥을 먹게 하려고 망태 할아버지를 불러내고, 고양이가 깨트린 화분 때문에 엄마는 민제를 혼내고 민제는 자기 맘을 몰라주는 엄마가 야속하기만 하다. 배우 박영희 대표는 엄마의 목소리, 민제의 목소리를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하고, 종이컵 인형의 모습을 여러 가지 표정으로 바꿔 갈 때마다 빠져들게 한다.
잠시지만 미니 포그머신(연막기)까지 사용해가며 극의 상황에 재미를 더했다. 엄마는 다이어트한다고 밥을 안 먹고 어른이라고 늦게 자면서 민제에겐 일찍 자라고 하는 점은 어른들도 반성해야 할 점으로 공연 후기에도 올라왔다. 창문과 기존의 등을 가리고 영상과 관리까지 하느라 애쓴 김정희‧서정화 선생님의 수고에 고맙고 미안하다는 박 관장은 코로나 이전보다 일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한다.
호호네 가족은 “극 중의 엄마가 아들 민제의 맘을 너무 몰라줘서 답답했다”라고 한다. 정자동 고중곤 발바닥작은도서관장은 “기존 동화작품도 훌륭한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종이컵 인형극을 통해 입체적으로 각색해 주셔서 놀라웠다. 소품 하나하나를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공연자의 정성까지 전해져 왔다. 대면 공연을 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정말 훌륭한 공연이었다”라고 소감을 보내왔다.
공연자 박영희 대표는 2013년부터 재활용인형극 활동을 해왔다. 1탄 ‘제랄다와 거인’, 2탄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에 이어 11월 공연으로 3탄 ‘덫에 걸린 호랑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책이랑도서관은 1995년 5월 16일 ‘성남함께하는주부모임’ 부설 도서관으로 문을 열었다. 도서관을 이용하게 된 박정숙 관장은 자원활동가로 일하다가 1998년 관장으로 부임했고, 공모를 통해 1999년 ‘책이랑 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인 동아리 활동과 전문 강좌를 통해 배우며 성장하는 평생학습의 장으로 속 깊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치유가 있는 마을 커뮤니티 공간이다. 박 관장은 “어서 코로나19가 종식돼 청소년들로 북적였으면 좋겠다”고 한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