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오래된 연인 ‘로제’와 외롭고 쓸쓸한 사랑을 하는 중년 여인 ‘폴라’. 그런 그녀에게 브람스를 좋아하냐며 다가오는 이십대 청년 ‘필립’.
세 남녀의 사랑을 담은 영화 <이수 Goodbye Again (감독: 아나톨 리트박)>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단순하지 않은 심리를 그려낸 1961년 흑백영화다. 우리나라에는 ‘이별의 슬픔’을 뜻하는 ‘이수(離愁)’라는 제목으로 1962년 소개됐다.
낭만의 도시 파리를 배경으로, 우아함과 지성미로 대변되는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폴라 역), 샹송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지닌 배우 이브 몽땅(로제 역), 그리고 히치콕 감독 영화 <싸이코>의 노먼 베이츠를 잊게 하는 순수한 청년의 모습을 지닌 안소니 퍼킨스(필립 역)를 볼 수 있는 <이수>는 세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과 함께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는 음악, 브람스 <교향곡 3번, 작품번호 90>의 3악장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는 ‘향수(노스탤지어)’, ‘가을’, ‘쓸쓸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작곡가다.
낭만주의 시대를 살았지만 이전 시대인 고전주의의 음악 스타일을 고수했기에, 우수에 찬 선율을 담고 있는 작품들을 만들었기에, 그리고 작곡가 자신이 한 여인을 마음에 품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으며 그 여인이 죽은 뒤 일 년 후 그도 생을 마감했기에 그러하다.
50세에 <교향곡 3번>을 완성한 브람스는 당시 “자유롭게 그러나 즐겁게”를 선언하고 이 모토를 배경으로 <교향곡 3번>을 작곡했다. ‘자유롭게 그러나 즐겁게’를 뜻하는 독일어 ‘Frei aber froh’의 앞글자에서 따 온 세 음, F-A-F(파-라-파)를 바탕으로 만든 <교향곡 3번>은 브람스가 선언한 모토와는 달리 중년 여성의 쓸쓸한 사랑에 어울리는 감성을 지닌 작품으로 영화 <이수>의 분위기를 돋우는 데 한몫을 한다.
영화의 원작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며 흡연, 알코올, 스피드를 즐겼던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브람스를 좋아하세요…』(Aimez-vous Brahms…)다. 사강이 실제로 브람스 작품을 좋아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브람스’라는 단어는 좋아한 듯하다. 그녀의 고양이의 이름은 ‘브람스’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 영화속클래식 이수’를 입력하면 영화 <이수>와 관련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