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저녁 7시, 식당과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풍겨 나오는 음식 냄새에 더 허기지는 시간. 청년들이 배고픔을 참고 수정구 창곡동 위례스토리박스 E동 2층 커먼쿡(COMMOMCOOK) 레스토랑에 모여 ‘수다떠는 청년식당’을 열었다.
‘수다떠는 청년식당’은 사회적협동조합 꽃피는신뢰와 성남시자원봉사센터가 함께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하는 청년 소셜다이닝(social dining)이다. 1인가구 청년들을 중심으로 요리와 식사를 함께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봉사활동을 한다. 매달 세 번씩 모여 요리를 배우고 밑반찬을 만들고 어르신들에게 먹거리를 배달한다.
10월 7일에는 커먼쿡 김해옥 요리기능장에게 배우는 닭볶음탕 요리교실이 열렸다. 청년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앉자 김 기능장은 요즘 많이 보는 요리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로 청년들의 긴장을 푼다.
김 기능장은 닭볶음탕 재료 고르기, 양념 만들기를 시작으로 조리기구나 양념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방법 등 청년들의 식생활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를 알려준다.
김 기능장의 닭볶음탕 만들기를 지켜보고 설명을 들은 청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감자, 파, 고추 등 재료를 썰기 시작한다. 청년들은 처음 만났지만 서투른 칼질, 제각각으로 썰어놓은 재료를 보며 함께 웃고 이야기를 나눈다.
추석 전에 열린 수다떠는 청년식당에서는 청년들이 선생님 없이 명절음식을 만들었다고 한다. 임태진 씨는 “같이 먹으니까 더 맛있었다. 처음 만났지만 같이 요리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새로운 경험이다”라고 했다. 임태진 씨와 같은 탁자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조건희 씨는 요리도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신청했다.
한 번 끓여서 건진 닭에 다시 물을 붓고 매콤함 양념을 풀고 썰어놓은 감자와 당근 등 각종 채소를 넣어 다시 끓인다. 김 기능장은 청년들의 요리를 맛보며 “밥을 부르는 맛이네. 잘했어요”라며 칭찬도 아끼지 않고, 집에서 요리할 때 바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김 기능장은 “늦은 시간에 이렇게 모여 배우는 것이 기특하다”며 흐뭇해하고 덩달아 젊어진 기분이라고 한다.
감자는 잘 익었는지, 설탕이 많이 들어간 건 아닌지 확인하고 잠시 기다리자 오늘의 요리인 닭볶음탕이 완성됐다.
청년들은 서로 먹어보고 사진을 찍고, 냄비에 남은 자작자작한 양념에 밥을 비벼 먹기도 한다.
10년 넘게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고정우 씨는 “수다떠는 청년 식당을 계기로 요리에 재미도 생기고 혼자 먹더라도 신경을 쓰게 된다. 어린 친구들도 생기고 함께 있으면서 에너지도 받는다”며 웃는다. 1인 가구 청년들이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지난달 어르신들에게 먹거리를 배달한 이예은 씨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좋아하셔서 놀랐다. 봉사와 요리만들기 모두 코로나19 시기를 움츠러들지 않고 활기차게 보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꽃피는신뢰 이승용 활동가는 “청년들이 여기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에서 한끼라도 잘 먹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수다떠는 청년 식당’은 11월까지는 성남시자원봉사센터와 함께 1호점 태평동 꽃신과 2호점 위례스토리박스 커먼쿡에서 열린다. 10월 15일에는 밑반찬을 만들고 17일에는 어르신들에게 먹거리를 배달할 예정이다. 참가 문의와 신청은 ▲꽃피는신뢰 031-778-7942 ▲성남시자원봉사센터 031-757-6226~8으로 하면 된다. 12월부터는 꽃피는신뢰가 진행하는 청년소셜다이닝이 진행된다.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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