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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할머니의 여유, 존재만으로도 충분해

최선희 분당구 삼평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11/24 [10:06]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할머니의 여유, 존재만으로도 충분해
최선희 분당구 삼평동
 
가수 이효리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혼 이후 달라진 그녀의 말과 행동의 영향도 큰 듯하다. 어떤 꼬마에게 훌륭한 사람이 돼야지 하는 개그맨 이경규의 말에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신선한 충격이었다.
 
같이 더듬거리면서 책을 읽으며 눈치를 보는 7살 외손녀.
 
“내년에 학교 들어가니까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 돼!”
“달리기 몇 등했어? 이것도 모르면서 뭐. 공부 잘해야 이 다음에 고생 안 해.”
“그래 갖고 대학 갈 수 있겠냐! 걔는 이번에도 통과했다는데 너는 뭐꼬?”
 
우리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세속적인 성공에 집착해 수없이 내뱉은 이 말들. 아이들은 상처를 무의식에 쌓으며 남들보다 더 뛰어나지 않으면 그보다 못한 인간이라 여기게 된다. 가장 사랑하는 부모, 형제, 자매가 나에게 가장 상처를 많이 준다.
 
“못하면 어때? 괜찮아, 못해도 1등 안 해도 돼. 이만하면 잘했어. 열심히 노력했구나.”
 
소중한 아이에게 예전에 못했던 그 이야기를 할머니가 되고 나서야 할 수 있다.
 
“할머니~나는 내가 참 마음에 들어.” “그래? 왜?” “나는 속눈썹도 길고 눈도 예쁘니까.”
 
외손녀가 이 다음에 “외모뿐 아니라 마음을 다스릴 줄 아니까요. 감정의 노예가 아니라서요”라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그러려면 할머니 먼저 그렇게 할 수 있어야 되겠지.
 
훌륭한 사람, 성공한 사람, 인기있는 사람, 학벌 좋고 연봉 높은 사람, 인맥 넓고 능력있는 사람 아니어도 돼. 내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 더 소중해. 존재만으로도 충분해!
 
더듬더듬 읽어도 괜찮다며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주니 외손녀가 활짝 웃는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0년 12월 7일(월)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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