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희공원, 그곳에 가면...
순직 조종사 이상희를 추모
“추락한다… 탈출하겠다! 전방에 마을이 보인다… 탈출불가…”
1991년 12월 13일, 전라도 광주 상공에서 훈련비행 중 공중 추돌 사고로 F5A기와 함께 산화한 이상희(당시 23
세) 대위의 절박한 마지막 육성이다.
야탑동에 살았던 이상희 대위의 어릴 적 꿈은 파일럿. 항공대학 항공운항과를 졸업하고 학군 17기로 공군 소위에 임관, 조종사가 된 이상희 대위는 성일고등학교 10회 졸업생이다. 사고 당시 중위였던 이 대위는 오후 3시 1분께 F5A번기로 기종 배치를 위한 전술기동훈련을 받았다. 교관인 한 모 대위의 인도를 받아 훈련을 마치고 착륙을 준비하던 중 한 대위가 타고 있던 A5A 3번기를 들이받았다.
한 대위는 낙하산으로 비상탈출에 성공했으나 이 대위는 기체가 민가 밀집지역으로 추락할 것을 우려, 끝까지 비상탈출 하지 않고 민가가 없는 지점을 찾아 비행기의 방향을 틀어 결국 광주광역시 서구 덕흥동 덕흥마을 앞
미나리밭으로 추락했다.
추락으로 파편이 튀어 어린이 2명이 화상을 입고 가옥 4채의 울타리가 부서졌다. 만약 그대로 추락했더라면 민가를 덮쳐 엄청난 피해가 났을 것이라고 한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타인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 목숨을 버려 순직한 이 대위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자 광주시와 덕흥마을 주민들의 정성으로 마을회관 앞에 추모비를 세웠다.
이 대위는 대전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야탑3동 빌라촌 사이에 있는‘상희공원’은 바로 정식 조종사가 되기 위한 마지막 훈련과정 중 순직한 이 대위의 희생정신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입구의 추모비석과 함께 시민을 위한 공연장과 바닥분수 등 다양한 시설의 공간이다.
삶과 죽음을 생각해보는 공간
죽음에 이른 사람의 정신을 기리고 추모하는 공간은 야탑동에‘분당메모리얼파크’(옛 남서울공원묘원)도 있다. 시민들이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추모문화공원이다. 외국의 유명한 조각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그
곳은 이백년 역사의 프랑스 파리 도심의 페르 라 세즈 묘지를 연상케 한다.
그곳에 모딜리아니·발자크·이브몽땅·쇼팽 등 수많은 예술인이 잠들어 있다면, 분당 메모리얼파크엔 작곡가 이영훈과 영원한 가객 가수 김현식, 이만희 감독 등 많은 예술인들이 잠들어 있다. 잠시 들러 그분들을 추모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삶과 죽음이 한 공간에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삶과 죽음은 우주 안에서 일어난다. 우주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실체가 없다고 해서 어떻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내 몸이 기억하고 마음이 기억하는 것을.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 있을 뿐이다.
야탑동(野塔洞)은 조선시대 때 광주군 돌마면 오야소리(吾野所里)와 상탑리(上塔里), 하탑리(下塔里)였으나 1973년 7월 1일 야탑동이 됐다. ‘오야소’의 <야>와 상탑·하탑의 <탑>을 취해 야탑동으로 변경돼 현재에 이른다.
자료제공|성남문화원
도움말|윤종준 성남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조민자 기자 dudlfd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