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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내 아이의 소원

김유정 분당구 구미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12/23 [15:3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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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소원
김유정 분당구 구미동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엄마는 항상 내가 교육을 잘하고 있는지, 아이가 사랑이 부족하진 않은지 늘 걱정이다. 5살 둘째가 어느 날 유치원을 다녀와서는, “엄마 엄마, 우리 유치원에 다르게 생긴 친구 왔어요”라며 귓속말을 한다. 어떤 친구냐고 물어보니 다문화 가정 어린이인 듯했다.

다르게? 귓속말? 왜? 혹시나 우리 아이가 뭔가 실수한 건 없나, 그래서 귓속말로 말하나 걱정부터 앞섰다. 다르지만 같다는 의미를 내가 설명해준 적이 있나? 그래서 친구한테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했냐고 넌지시 물으니, “친구가 부끄러워 한마디도 안 하더라”고 한다. 그러더니 “그래서 내가 제일 먼저 가서 손 잡아줬어. 부끄러워하지 마. 우린 친구야”라고 했단다.

혼자 살짝이라도 불안했던 것이 우스웠고, 내 아이의 표현에 울컥 감동했다.

“안아 주지 그랬어. 그럼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더니, “친구가 싫어할 수도 있잖아. 코로나 끝나야 안아줄 수 있어”라고 한다. 아이고, 우둔한 이 엄마는 그날 여러 번 깨달았다. 너무 기특해서 “우리 아가 마음이 너무 이쁘네. 올해 산타할아버지께서 선물 많이 주시겠다. 무슨 선물 받고 싶어?”라고 물었는데, 아이의 소원은 또 한 번 나를 웃게 했다. 분명 특정 브랜드 인형을 사달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아이는 그 친구를 우리 집에 초대할 수 있도록 코로나가 끝나는 것이 소원이라 했다.

“선생님이 그러는데 그 친구가 이사 왔으니까 우리가 많이 도와주면 좋겠대.” 아이에게 많이 신경 써 주지 못하는 맞벌이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우리의 우려나 기대보나 훨씬 이쁘게 크고 있었다. 괜한 걱정을 잠재워주는 아이의 동심이 나를 웃게 했다. “엄마 숨막혀.” 소리가 나도록 아이를 꼬옥 안아줬다. 얼마나 고마운지, 얼마나 대견한지, 얼마나 이쁜지 이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알아달라고….

그래. 같이 소원을 빌자. 소원이 이뤄지는 날 엄마는 너에게 파자마 파티를 열어주고 싶구나. 마스크를 벗고 환하게 웃으며 친구와 도란도란 인형 안고 누워서 재잘재잘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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