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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가장 소중한 한 끼, 매일의 기적

신동연 분당구 서현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12/23 [15:3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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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한 끼, 매일의 기적
신동연 분당구 서현동
 
인도 캘커타에 ‘마더 테레사 하우스’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안나의집’이 있다.

‘안나의집’엔 푸른 눈의 산타 신부님, 김하종 신부가 있다. 고향인 이탈리아를 떠나 한국에 와 성남에서 노숙인들(김 신부는 이들을 ‘거리의 친구들’이라 부른다)에 봉사한 지 30년째다.

김 신부는 최근 저서 『코로나19 안나의집 275일간의 기록-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을 펴냈다. 예전 같은 급식소 배식이 어려워 매일 600~700여 개의 도시락을 싸며, 거리의 친구들과 함께해온 그간의 일기다.

노숙인이 모인다며 손가락질하는 이웃에게 상처받고, ‘나도 두렵다. 사람인데 어떻게 두렵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오늘도 묵묵히 도시락을 싼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봉사할 뿐이다. 식재료, 봉사인력 등 모든 것이 매일매일 신기하게 해결되는 기적과 함께.

책장을 넘기며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 계속 울컥했다.

고향인 이탈리아 음식을 먹으면 돌아가고 싶어질까 봐 고향 음식을 먹지 않으려 노력하는 마음. 무료급식 중단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약한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 국민에게 더 안전하다는 믿음. ‘안나의집’에서의 하루 한 끼가 유일한 이웃,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배고픔이 더 무섭다는 이웃을 섬기는 사랑.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빵이 되고 싶어 하는 김하종 신부다.
헌신하는 봉사자와 후원자, 직원들에게 모든 공을 돌리지만, 그를 아는 모든 이들은 말한다. 김 신부의 참된 진심이 모든 일의 원동력이라고.

그는 새벽 3시면 깨어나는 고단한 생활을 ‘기쁜 축복’이라 부르는 사제다. 식사 제공 외에도 성남시에서 노숙인이 사망하면 직원들과 달려가 아무 대가 없이 장례를 치러주고, 어려움에 부닥친 청소년들을 위해 거리에 머무는 신부님이다.

글로 배운 주님이 아니라 안나의집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 계신 주님을 믿는다는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양 냄새 나는 사목자’ 자체였다.

아직 안나의집을 모르는 모든 시민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1년 1월 11일(월)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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