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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공공디자인(1)

  • 관리자 | 기사입력 2008/02/28 [17:0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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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측면에서 바라 본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우리 마을에 들어서면 무엇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까?

출퇴근길에 또는 학교에서 돌아올 때,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우리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떠올려 보자. 사람에게만 첫 인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에도, 마을에도 첫인상이 있다. 처음 방문한 낯선 곳에서 받게 되는 느낌은 방문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게된다. 유럽의 어느 도시를 방문했을때, 한가롭게 호수를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과 깨끗하게 정리된 도시의 모습은 우리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남아서 그 도시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잡게 된다.
선진도시들은 상점이 주로 건물의 저층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간판을 1층에 작게 설치한다. 고층에 위치한 사무실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알리는 간판을 요란하게 치장하지 않는다. 그렇기때문에 소위 중성색이라 불리는 석조건물이 지닌 자연의 색이 그대로 드러나, 주변과 어우러져 도시가 여유로워 보이고 품격이 느껴진다. 일본이나 유럽, 미국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미관을 위해서 애쓴다. 필자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디자인 실무에서 경험을 쌓고 있을 때의 일이다. 앞집의 주인이 집 앞의 잔디와 나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여름날 무성하게 자라 있었는데, 마을의 주민들이 당장 그 집의 정원을 정리하라는 민원을 신청하였다. 집 주인은 할 수 없이 정원관리사를 불러 잔디와 나무들을 손질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의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그 지역의 집값이 떨어질까 우려해서 그런 탓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다소 이해가 안 가는 이야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떨까?

빽빽하게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는 건물과 그 건물을 싸고 있는 현란한 간판들, 도로를 점거한 가로시설물과 가판대, 앞을 가로막는 가로수, 이렇게 많은것들이 거리에서 우리에게 아우성을 치고 있다. 막상 쉬고 싶어서 앉을 곳을 찾으면 앉을 곳이 없다. 낡은 것들은 낡은 것들대로, 새것들은 새것들대로 모두가 한결같이 높은 소리로 우리의 시선을 따갑게 하고 있다. 낮과 밤도 따로 없으며, 딱히 떠오르는 우리만의 색채도 없다.
아파트와 간판과 인도와 차도의 구분 없이 주차된 자동차들뿐이다. 그렇다고 우리 도시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전통과 아름다움이 있다. 이기주의 때문에 미처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도시는 공공의 공간이다. 비록 내 상점에 설치한 간판이라 할지라도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도시는 자연적 요소인 녹지공간, 하천이나 강, 그리고 인공적 요소인 건물, 가로환경시설물, 도로, 조형물 등 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람들은 이것들과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도시는 내 집, 내 점포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도시를 만들어 가면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젊은 날 우리가 어느 선진도시에서 느꼈던 도시의 여유로움과 품격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한나 │ 디자인학 박사
성남시청 도시산업디자인팀 전문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