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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자 뜨개질 할머니의 행복한 나눔

한 올 한 올 뜨개질로 전하는 따뜻한 겨울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12/23 [16:32]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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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부터 뜨개질 목도리와 모자를 나누는 이춘자 어르신     © 비전성남

 

▲ 선물할 목도리를 차곡차곡 챙겨뒀다.   © 비전성남

 
올해 아흔한 살 할머니가 지난 수개월 동안 두툼한 털실 한 올 한 올에 포근한 사랑을 담아 손뜨개로 만든 목도리와 모자 40여 점을 소망재활원에 기탁했다.
 
주인공은 수정구 단대동 논골에 사는 이춘자(91) 할머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목도리가 쌓여 있을 새가 없이 나눠줬는데,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질 못하니까 그것도 모이더라고요.” 시력이 좋지 않아 감으로 뜨개질을 하고 있다는 이 할머니는 일주일에 두세 개 정도 목도리를 완성한다.

“많지는 않지만 점점 날씨는 추워지는데 우선 목도리 없는 아이들에게 전해달라고 노인회 국장에게 부탁했어요.”
 
이 할머니 부탁을 받은 대한노인회 수정구지회 이재선 국장은 이 할머니의 뜻에 적합한 대상을 고심하다가 사랑의후원회 김순희 회장의 도움을 받아 지난 11월 27일 소망재활원에 전달했다. 

소망재활원 관계자는 “연세가 많으셔서 손뜨개 하시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 감동 받았다”면서 “할머니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11월 27일 소망재활원에 목도리 전달     © 비전성남

 
이 할머니의 목도리 나눔은 5년 전부터다. 그동안 손뜨개로 만든 목도리와 모자를, 노인정의 어르신들과 어려운 아이들에게 나눠준 것만도 대략 100여 점이 넘어서 이미 마을에선 ‘뜨개질 할머니’로 알려져 있다.
 
“생색내려고 한 일은 아니다”라는 이 할머니는 “내가 떠 준 목도리로 누군가가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것을 생각하면 뜨개질이 즐겁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에 조치원여고를 나와 젊은 시절엔 일어통역 일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했다는 이춘자 할머니. 그는 “나이 먹었다고 가만히 있으면 산 보람이 없는 것 같아 취미로 시작한 것이 뜨개질”이라고 했다.

노인회 이 국장은 “뜨개질 할머니라고 소문나기 이전에는 수년 동안 텃밭에 직접 채소를 가꿔서 노인정어르신들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하셨다”며 “워낙에 뭐든 나누는 것이 몸에 밴 분”이라고 소개했다.
 
꾸준히 목도리 나눔을 실천하면서 만만치 않은 털실 값 마련은 어떻게 했을까? “남편이 국가유공자여서 연금이 나와요. 나이가 드니까 돈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더라고요. 생활비 쓰고 남는 돈으로 털실을 사요.”
 
털실 한 타래에 만 육천 원인데 자주 사니까 지금은 만 천 원에 준다면서 털실 한 타래면 목도리 세 개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실로는 모자를 뜬다고 설명했다.
 
이 할머니는 “내가 할 수 있는 뜨개질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 편하고 좋다”면서“이 나이의 나도 하는데 할 수 있으면 가만히 있지 말고 좋은 일을 하라”며 무릎 위의 대바늘을 잡으며 웃었다.

“지금 뜨고 있는 것은 내년 겨울에 아이들에게 선물할 것”이라며 이 할머니는 아흔한 살 연세가 믿기지 않을 만큼 능숙한 솜씨로 뜨개질을 시작했다.
 
취재 정경숙 기자  chung09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