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맛의 비결은 ‘인심과 인정’
김진순 수정구 신촌동 벌써 두세 달 된 일이다. 주말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귤을 사러 나가던 중 골목 길 한쪽에 서 있는 자그마한 트럭이 보였다. 한눈에 봐도 10년은 탔을 법한 낡은차였다. 픽업트럭의 적재함을 난전으로 꾸민 과일 장수 아저씨가 트럭 옆에 낮은 의자를 놓고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얼굴은 임꺽정처럼 크고 우락부락해 보였으나 말솜씨는 수더분한 이웃집 아저씨 같기에 나는 마트 가기를 포기하고 그 트럭에서 귤을 샀다.그분의 끊이지 않는 웃음 덕분인지 그 후로는 줄곧 여기서 과일을 사게 됐다. 과일 맛은 한 번도 우리를 배반하지 않았다. 귤은 늘 달았고, 딸기도 특유의 새 콤달콤함을 자랑했다. 사과의 육질도 충분히 아삭거렸다. 아이들은 사과를 깎 아 먹다가 “와아, 이거 사과밭에 설탕 뿌리나 봐. 진짜 대박”이라며 환호성을 내 지르기도 했다. 사과 맛 하나로 이렇게 흥분하고 호들갑 떨 정도면 그 맛이 어느 정도 일품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랬는데… 최근에 그 과일장수 임꺽정 아저씨가 떠나 버렸다. 골목길에서 보이 지 않는 것이다. 마치 오랫동안 정 붙이고 살던 친한 이웃이 떠난 듯한 아쉬움 이 남았고,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게는 커다란 뉴스가 됐다. 아마도 그 아저씨는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 돼 다른 곳으로 터를 옮긴 것 같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집 근처 마트에서 과일을 사게 됐지만 아이들 입에서는 당장 투정부터 나왔다. 과일이 하나같이 달지 않다는 거였다. 그제야 우리는 과일장 수의 비범함의 정체를 알게 됐다. 우리를 매료시켰던 건 원래 가지고 있던 단맛 외에 임꺽정 아저씨의 인심과 인정이 곁들여져 우리는 거기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약간은 최면 같은. 그동안 우리 가족은 과일 트럭 옆에서 열심히 책 읽으며 차분하게 하루를 즐기 듯 여유롭게 장사하는 임꺽정 아저씨의 인생의 맛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 아저씨가 혹시 골목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나 확인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분도 우리 동네 골목길의 추억을 못 잊어 다시 오겠지 하며 기다린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1년 2월 8일(월)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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