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마지막 목요일 밤 8시 50분. 사회적 거리두기로 9시 전에 모임을 마쳐야 하는 사람들이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났냐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프랑스 고전문학 톺아읽기>는 북토크에 참여했던 독자의 제안으로 시작해 이날 첫 번째 시즌을 마무리했다. 혼자 읽기 어려운 분야의 책들을 함께 완독하고 나눴다. 이세진 번역가가 책을 선정하고 이해를 도왔다.
지난해 상반기 심야책방 참가자들이 결성한 마크라메로 힐링하자는 <마힐>은 모일 때마다 크리스마스 트리, 키링 등 한 작품씩 완성한다.
직접 신청한 반서현(초4) 어린이는 손놀림이 꼼꼼하고 빨라 함께하는 어른들이 매번 놀란다. 학교 장기자랑에서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지만 코로나19로 기회가 없다.
책방지기 박윤희 대표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책이 좋아서 혼자 버스를 타고 읍내 책방에 가던 아이였다. 방문판매원이 내보이는 동화 전집을 사주지 않는 엄마와 다투기도 했다.
새벽 출퇴근이 이어지던 시절에는 밤잠을 줄여가며 읽었고 외국 출장에선 남은 시간을 도서관과 서점에서 보냈다. 그에게 책방 시작은 그렇게 이어지던 일상이어서 특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책방 손님인 이세진 번역가는 “좋은날의책방은 다른 독립서점들에 비해 책의 분야와 장르가 다양해서 여러 취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책방지기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호기심과 질문은 흡족할 때까지 파고들고 책도 그렇게 읽어나간다. 책방 서재는 그런 주인을 닮았다.
책방지기는 책방 시작부터 다양한 강좌와 강연, 북토크를 열고 있다. 참여자들의 궁금증과 요구를 소화할수 있는 강사를 찾고 편하게 교류할 수 있도록 기획한다. 때로는 책방 손님이 강사가 되기도 한다.
처음 보는 손님의 전공 분야와 그 일을 하기까지가 흥미로웠던 책방지기는 책방 손님들을 초대해 주말 강연을 열었다. 외국에서 잠시 귀국했던 손님은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고 책방 손님들은 새로운 분야와 열정 가득한 삶을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책방에서는 토론, 낭독, 필사 등 다양한 책모임이 열리며, 만 5년째 이어지는 모임들도 있다. 책모임을 같이하기도 하는 책방지기는 듣는 것을 강조하며 “새로운 생각을 듣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책모임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시간임을 특별히 말한다.
팬데믹 1년을 지나온 책방은 원점이 아니라 마이너스에서 다시 시작한다. 책방지기는 책과의 연결,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지속할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새로움을 가늠할 첫 시도는 시사IN과 전국 동네책방 30곳이 함께 3월에 시작하는 <읽는 당신×북클럽>이다. 주제는 ‘팬데믹 너머’. 책방지기들이 선정한 책들을 함께 읽는 독서모임과 저자나 역자가 함께하는 온라인 북토크(4회)가 열린다.
마이너스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책방지기의 말은 우리의 현실이다. 쏟아지는 말들보다는 일상의 체감을 이야기하고 나눌 기회가 필요하다. 동네 책방에서 건넨 화두가 계기가 돼 일상을 이어갈 대응과 연결이 시도되길 바라본다.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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