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성남시청 ‘느티나무 오솔길’에서 만나는 ‘한 뼘 정원’은 시원하게 펼쳐진 너른못 광장과 함께 시민들이 자주 찾는 휴식공간이다.
성남시 녹지과는 2월 주민참여 공모를 통해 미리 신청을 받아 팀을 나누고, 한팀이 된 시민들은 팀 이름과 어떤 꽃을 어디에 심을 것인지 구상하고 꽃을 신청했다.
올해는 53명의 시민이 14개 정원에 연 3회 계절 정원을 가꾼다. 4월 16일, 17일 이틀 동안 시민들이 참여해 ‘한 뼘 정원’을 봄꽃으로 꾸몄다.
4월 17일(토)은 14개 정원 중 8개 팀이 봄꽃을 심느라 분주했다. 비록 작은 정원이지만 함께한다는 즐거움에 꽃을 앞에 놓고 의미 있게 꾸며 보자고 궁리가 한창이다.
10번째 정원에 꽃을 심는 이들은 아주 특별했다. 팀 이름이 ‘솔지우림’, 성남에서 나고 자란 숭신여고 동창생들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모였다.
친구들의 이름 한 자씩을 따서 팀 이름을 정했다는 김우주(야탑동) 조장은 “오랫동안 함께해 온 우정처럼 정원을 만들고 가꾸며, 우리의 우정이 영원히 꽃피우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소품을 가져와 정원을 꾸몄어요”라고 한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검은 고양이, 꽃밭에 난쟁이들, 평화로운 한뼘정원이다.
13번째 정원에는 ‘에벤에셀’ 마을공동체 이름으로 최정화(태평동) 대표와 이이순, 이숙자(태평동) 씨가 자녀들과 함께 ‘기쁨의 정원’을 꾸몄다.
태극문양으로 작품을 만들려고 구상했는데 꽃의 색이 여의치 못해 작품명을 ‘아리랑고개’로 바꿔 가드너 김승민(정원작가) 선생의 도움을 받아 정원을 꾸몄다.
델피니움, 데이지, 산수국, 팬지 등을 심고 하얀 자갈길을 만들었다. 사공민경은 “꽃 심는 것이 재미있어요. 잘 크는지 자주 보러 올 거예요”라며 하트를 그린다.
6번째 정원은 모모네팀의 ‘모두의 정원’이다. 고모와 조카, 엄마와 딸이 만든 가족정원이다.
신구대식물원 시민정원사인 홍정리(야탑동) 씨가 딸과 중학생, 초등학생 조카들과 함께 예쁜 정원을 만들었다. “꽃과 나무, 들풀, 새와 곤충, 동물들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작은 정원을 만들고자 했습니다”라는 말 속에는 가족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12번째 정원은 “너에게 휴식을 보낸다”는 ‘한 뼘 행복 정원’이다. “아름다운 정원에서 휴식을 마법처럼 너에게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모든 이에게 휴식을 선물하고 싶어서 최대한의 공간을 비우고 꽃을 심고, 의자에 밀짚모자를 놓아둬 휴식을 표현했다.
7번째 정원 ‘잼잼뜨락’에는 “부동의 돌을 딛고, 알록달록 핀 꽃들과 풀, 벌레를 친구 삼아 거닐어 보세요”라는 작품설명을 남겼다. 주종옥(미금) 씨는 시청에 오면 일만 보고 갔는데 이제는 내가 심은 화초를 돌보고, 잘 자라고 있는지 올 때마다 돌아볼 것이라고 한다.
전날 은수미 성남시장은 시민들과 함께 정원 만들기에 참여해 시민들을 격려했다. 판교생태학습원 정원사 그룹인 ‘그린썸’ 회원들은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를 모티브로 해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꽃들이 정원에서 빛나도록 꾸민 정원이다. ‘메리골드’를 이용해 포인트를 준 휴식이 있는 작은 정원이 아름답다.
2016년 경기정원문화박람회를 계기로 지금까지 매년 시민들이 사전신청을 통해 ‘한 뼘 정원’ 가꾸기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은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성남 정원가드너 교육을 받은 시민 가드너들이 녹색 자원봉사자로 정원 참여자들을 도왔다.
꽃을 심는 중간중간 사진을 담으며 즐겁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시민들, 누군가 이 꽃길을 걸으면서 코로나19로 불안한 마음에 평화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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