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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소환하다] 사진으로 시간을 기록하는 연스튜디오

지난 시간을 보는 방법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4/21 [11:3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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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에서 유일하게 카메라 수리사로 활동할 당시 연경천 사장       ©비전성남

 

▲ 연 사장이 사진 보정작업을 하고 있다.     ©비전성남

 

“연인들이 찍은 사진이 예뻐서 사진관 유리에 걸어 둔 적이 있어요. 어느 날 여자분이 오더니 사진을 내려달라고 해요. ‘아, 헤어졌구나…’.”

 

단대오거리 단대전통시장 건너 연스튜디오는 1991년부터 사람들의 시간을 담아왔다. 성남에서 하나밖에 없는 카메라 수리점을 운영하던 연경천(68) 사장은 연스튜디오를 열며 사진과 인연을 맺었다. 증명사진 찍는 데 6천 원일 때다. 원판 필름 값이 비싸서 증명사진 찍을 때 세 번 이상 눈을 감으면 사진사는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지금은 디지털시대라 수십 번 셔터를 누르고 눈을 깜빡여도 개의치 않는다.

 

“필름, 스물네 방짜리 주세요” 혹은 “서른여섯 방짜리 주세요”라고 주문하면 “코닥필름으로 드릴까요, 후지필름으로 드릴까요” 하던 때가 있었다. 한 컷 한 컷이 아까워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던 시절, 카메라를 만지다 필름에 빛이라도 들어가면 큰일 나던 시절이 있었다.

 

아날로그(필름) 시대, 그리고 디지털(일명 똑딱이), 휴대폰 카메라 시대에 이르기까지 사진관은 많은 변화를 거치며 흘러왔다.

 

▲ 90년대 출장사진 촬영 당시 인기 많았던 필름카메라     ©비전성남

 

▲ 단대전통시장서 바라본 연스튜디오 외관     ©비전성남

 

“지금은 사진관이 많이 없어졌다.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바뀌면서 그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 사진관은 운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나이 많은 분이 운영하던 사진관은 컴퓨터에 능하지 못해서, 영세한 사진관은 고가의 기계(인화·현상) 구입이 어려워 문을 닫게 된 것”이라고 연경천 사장은 설명한다.

 

2000년대 초반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출장을 나가면 사람들이 필름카메라보다 못 미더워했다. 카메라의 겉모습에서 나타나는 필름카메라의 느낌이 훨씬 전문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결혼식, 칠순, 돌잔치, 학교 운동회 등 출장 사진 작업이 성황을 이뤘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기 전까지만 해도 관공서 행사나 관급공사 현장 사진은 사진관에서 도맡았다. 이제는 휴대폰 사진이 더욱더 손쉬운 방법으로 디지털의 뒤를 잇고 있다.

 

“예전에는 돌사진을 참 많이 찍었어요. 매년 입학 시즌엔 증명사진 촬영하느라 바빴죠. 한 열흘 동안 1천 명을 촬영했는데 올해는 200~300명 정도, 돌사진은 아주 가끔이고, 사진을 인화하는 사람 또한 드물어요. 대부분 컴퓨터나 이동장치에 저장하죠.” 필름을 보며 사람 수대로 장수를 표시해서 뽑아달라 요청하던 건 옛일이다. 손님이 직접 컴퓨터 화면을 보고 인화할 사진을 선택하면 즉석에서 인화가 가능한 시절을 살고 있다.

 

수학여행, 소풍 가는 날, 누군가 들고 온 사진기. 24장, 36장이 든 필름통을 사진기에 끼우고 밖으로 살짝 나온 필름을 잡아당겨 고리에 걸던 그때. 사진관에서 인화해 온 사진을 한 장에 100~150원씩 사진값을 내던 모습. 비록 그 모습이 사진에 담겨 있진 않아도 우리는 사진을 보면서 그때를 추억한다.

 

연스튜디오 지하 촬영실에는 유난히 가족사진이 많다. 한복이나 양복을 갖춰 입고 찍은 사진보다 자연스러운 복장으로 담긴 사진들이다. 일명 상감마마 복장 돌사진은 사라졌는지 사진 속 아기들은 모두 평상복을 입고 있다.

 

시대에 따라 우리 모습도 달라진다. 사진엔 시간이 들어 있다. 시간은 손으로 잡을 수 없지만, 사진은 시간을 담는다.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이 지면은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성남의 모습을 시민과 함께 추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주변에 30년 이상 오래된 이색가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착한가게, 장인 등이 있으면 비전성남 편집실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전화 031-729-20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