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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어버이날, 그리고 휴대폰 효도

이민경 수정구 상적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4/21 [12:0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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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그리고 휴대폰 효도

이민경 수정구 상적동

 

팔순의 어머니께 핸드폰은 세상 누구보다 착한 효자고 네 살배기 어린아이처럼 무엇보다도 소중한 장난감이다.

 

10여 년 전 처음에 사드릴 때만 해도 어머니는 “몸 하나도 간수하기 힘든 정신없는 늙은이가 무슨 핸드폰이냐”며 손사래를 치셨다. 하지만 동생은 어머니께 핸드폰 기능을 계속 설명했다. 카메라도 달렸다며 찍을 것도 없는 방안의 이곳저곳을 찍어 보여 드리며 아무거나 마구 찍어도 고장 나지 않는다며 수선을 떨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부분에서 솔깃하셨는지 주름 가득한 어머니의 얼굴에 호기심이 엿보였고 소녀 같은 미소가 살짝 지나가는 게 아닌가.

 

종일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안 보는 척하면서 자주 쳐다보셨다. 내 전화벨 소리가 나면 당신 전화기를 슬며시 열었다 닫기도 하고, 열고 닫을 때 나는 효과음이 신기한지 입가 주름이 한꺼번에 펴졌다 오므라들었다. 처음 보는 장난감을 망가질까 봐 함부로 가지고 놀지 못하는 아이 같았다.

 

핸드폰을 사온 동생은 단축키에 1번부터 6번까지 육 남매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엄마, 전화번호는 몰라도 되고, 엄마가 낳은 자식들의 순서만 잊지 않으면 돼요”라며 큰아들 1번, 둘째누님 2번., 이렇게 알려드렸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저 전화기에서 벨소리가 나게 할 수 있을까 궁리를 하던 중 당번을 정해 정해진 요일에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자고 묘안을 냈다.

 

묘안은 효과만점이었다. 어머니는 해당 요일만 되면 ‘오늘은 큰딸이 전화하는 날이지. 오늘은 막내로부터 전화가 오겠지’ 하며 하루하루를 자식들 전화 받는 낙으로 사시는 것이 일과가 됐다. 그러니 장난감 같은 휴대폰이 얼마나 고마운 효자인가.

 

효도, 참 가까이 있다. 육 남매 잘 키우신 우리 어머니,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1년 5월 7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