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코리아뮤지엄(관장 박암종)은 개화기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디자인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국내 최초 디자인 전문 박물관이다. 박암종 관장이 30년 넘게 직접 수집한 디자인 사료 중에서 여러 분야의 한국 최초 디자인과 역사적 가치가 높고 희귀한 사료 1,6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디자인 사료를 수집한 박암종 관장(선문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사)한국사립박물관협회장)은 2008년 서울시 마포구에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을 개관해 전시와 함께 많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한국 디자인 역사를 알려왔다. 그리고 2020년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제안으로, 성남시 야탑동 진흥원으로 박물관을 옮기고 ‘디자인코리아뮤지엄’으로 전환했다.
디자인코리아뮤지엄은 가전, 출판 등 여러 분야의 국내 최초 디자인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최초 디자인은 그 시대의 역량, 정신, 사회, 문화가 담겨 있다. 디자인코리아뮤지엄은 이러한 사료들을 중심으로 한국 디자인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1관 태동기(1876~1910)는 세계근대문화 유입과 디자인 개념의 태동이 주제다. 개항기와 대한제국기를 포함하는 시기로 자주독립 국가 상징물과 근대적 인쇄 매체가 등장한다.
미국 해군부 항해국이 1882년 출판한 《해양국가의 깃발》은 49개국 깃발도감으로, 현존 최고의 태극기 원형이 담긴 공식 기록물이다.
해강 김규진이 1907년부터 1915년까지 자신의 집 사랑채에 운영한 ‘천연당사진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사진관이다. 전시 사진은 ‘대동법률전문학교 제2회 졸업식’으로 1907년 천연당사진관에서 촬영했다.
학질치료제 금계랍(金鷄蠟)은 석유, 바늘과 함께 세창양행의 3대 인기 상품이었다. 영신환은 일제강점기 한방소화제로 우리나라 최초 제약회사인 ‘조선매약주식회사’가 제조·판매했다.
1897년 궁중 선전관 민병호가 궁중의 한의학 비방과 최신의 서양의학을 더해 개발한 ‘활명수(活命水)’는 한국 제약산업의 시작이라는 의의가 있다. 활명수가 고가임에도 인기를 끌자 유사상표가 범람한다. 동화약방은 1919년 상표 보호를 위해 유사상표 방어용 상표 ‘활명액’을 등록했다.
2관 일제강점기(1910~2945)는 우리 문화 발전의 정체와 현재 국내 대기업의 모태 창립을 보여준다. 일본이 운영하게 된 이왕직미술품제작소는 일본 취향의 상품 제작에 주력한다.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1세대 디자이너들은 국내에 디자인을 소개하고 교육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최초 제조·판매된 박가분(朴家紛)은 최초로 상표 등록한 화장품이기도 하다. 박가분은 두산그룹의 창립자 박승직의 부인 정정숙의 제안으로 개발됐으며, 인기를 끌어 1920년 상표를 등록한다. 두산 이외에도 기아, 유한양행 등은 이 시기에 설립된 소규모 기업이 그 모태다.
3관부터 5관까지는 한국 디자인의 발아, 진흥, 발전을 보여준다. 전쟁과 분단이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경제 기반 시설을 건설하면서 디자인의 유용성이 크게 부각된다.
이후 가전제품의 국산화와 대량 생산으로 디자인은 제품 생산에 적극 반영된다. 정부의 수출 주도 정책은 경쟁력 있는 디자인을 요구했다. 디자인이 체계적으로 확립되고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계기로 모든 분야의 디자인이 한 걸음 더 발전한다.
1970년 정부 산하기관으로 설립된 한국디자인포장센터(현 한국디자인진흥원)는 포장디자인 개선, 디자인 육성제도 마련, 단체 설립을 지원한다. 대기업들은 CI(Corporate Identity, 기업이미지 통합 작업) 도입, 디자인연구소 설립 등 디자인 투자를 확대한다. ‘뿌리깊은나무’, ‘디자인’ 등 디자인전문잡지도 잇따라 출간된다.
금성사(LG전자 전신)는 가전산업을 선도한다. 1959년 금성사가 국내 최초로 생산한 라디오 A-501은 국내 산업 기술의 축적, 산업디자인의 시작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금성사는 국내 최초로 냉장고(1965), 흑백텔레비전(1966)을 연이어 생산한다.
현대자동차는 1975년 12월 31일 국내 최초 개발 자동차인 ‘포니’ 생산을 시작한다. 포니는 당대 최고의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인 이탈리아의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했다.
삼성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에 맞춰 국내 최초 자체 개발한 아날로그 휴대폰을 시판한다.
6관, 7관은 1988년 이후 한국 디자인의 도약과 고조된 위상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국내외 시장 개방에 대응해 독자적 브랜드와 디자인을 개발한다. 디자인전문회사도 설립된다.
1993년 국내 최초 개최 세계박람회(대전엑스포)에 맞춰 ‘디자인의 날’이 제정되고, 세계 디자인 대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한일월드컵 등 국제 대회와 행사를 개최하면서 국내 디자인 역량이 세계에 알려진다.
1980년대 국내 생산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전산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다.
박암종 관장은 어려서부터 책과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다. 대학에서는 시각디자인, 그중에서도 편집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서, 관련 자료와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대학원에서 계속 공부하면서 디자인 사료까지 쌓이자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박물관을 개관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20년 디자인진흥 50년을 기념해 디자인코리아뮤지엄을 진흥원 내로 유치하면서 그 위상이 높아졌다. 진흥원과 디자인코리아뮤지엄의 만남은 민관 협력과 상생의 새로운 본보기가 됐다.
박물관은 이제 전시뿐만 아니라 소장품의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적 활용이 중요해졌다. 디자인코리아뮤지엄도 그동안의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학생 대상 ‘디자인 상징 속 이야기 보따리’를 4월에서 6월까지, 초등고학년·중학생·학부모 대상 ‘길 위의 인문학- 경이로운 박물관 속 K-디자인’을 5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한다. 자세한 내용과 신청은 홈페이지와 전화로 가능하다.
디자인코리아뮤지엄 www.designmuseum.or.kr 031-788-7840 * 관람시간: 월~금/ 오전 10시~오후 6시(매표마감 오후 5시)/ 토·일, 설날·추석 연휴 휴관 * 관람료: 성인 4천 원/ 만 7~18세 2천 원 *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양현로 322 코리아디자인센터 지하 1층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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