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최악의 방법은 아마도 전쟁일 것이다. 모든 전쟁이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겠지만, 일순간 이웃이 적이 되고 다시 적이 이웃이 되는 내전의 경우는 특히 치유되기 힘든 큰 상처를 남긴다.
내전의 후유증이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우리에게 어김없이 돌아온 6월, 캐나다 작가 스티븐 갤러웨이의 장편소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문학동네, 2008)와 그 속에 담긴 음악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소개한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는 두 개의 사실을 바탕으로 창작된 소설이다.
보스니아 내전 중 일어난 ‘사라예보 점령’ 사건 & 사라예보 점령 중 세르비아계 보스니아군의 폭격으로 숨진 22명의 민간인을 위해 베드란 스마일로 비치라는 첼리스트가 폐허가 된 현장에서 22일 동안 첼로를 연주한 사실.
작가는, 희생자들이 죽임을 당한 장소에 턱시도를 입고나타나 저격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은 시간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연주하는 첼리스트의 행위에 대해 질문한다.
“그는 왜 거기 있다고 생각해요? 죽은 사람들을 위해 연주하는 걸까요? 아니면 남은 사람들을 위해? 대체 뭘 이루고 싶은 걸까요?”
이에 대한 답은 첼리스트를 사이에 두고 대치한 두 저격수에게서 찾을 수 있다.
첼리스트를 죽여야 하는 상대편 저격수와 첼리스트 보호를 위해 상대편 저격수를 죽여야 하는 또 다른 저격수. 첼리스트의 음악이 흐르는 사이. 아무도 누구를 쏘려 하지 않는다.
정지된 총격 속 장엄하게 흐르는 첼로 선율은 책 속에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알비노니의 선율과 화성을 담은 지아조토의 작품으로, 20세기 이탈리아 음악학자이자 작곡가인 지아조토가 2차 세계대전 중 폭격으로 폐허가 된 드레스덴 도서관에서 발견한 18세기 바로크 후기 작곡가 알비노니의 작품 일부에 살을 붙여 완성한 것이다.
전쟁 폐허 속 발견된 선율의 울림이 모티브가 돼 우리는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하는가, 하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삶, 인간관계, 심지어 인간성마저 파괴하는 전쟁을 고발하는 소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 책속선율 사라예보의첼리스트’를 입력하면 관련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책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보유 도서관은 중앙·수정·중원·분당·구미·판교도서관이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