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분당선을 타고 오가다 보면 특별한 열차를 만나게 된다. 이 열차 안에선 독립운동가들의 웹툰 캐릭터가 출입문에서 탑승객을 맞고 상업광고가 있어야 할 자리엔 나라를 위해 헌신한 많은 위인들 이야기가 대신 등장한다.
이 특별한 열차는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서울강남과 수원광교를 오가는 신분당선에 마련된 '호국보훈열차'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독립운동가와 호국영웅들의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뜻에서 마련됐다.
성남문화재단과 신분당선 운영사 네오트랜스(주)(이하 네오트랜스)는 경기동부보훈지청과 함께 5월 27일 오후 2시 30분 광교 차량기지에서 신분당선 호국보훈열차 개통식을 가졌다.
신분당선 호국보훈열차는 열차(총 6량)가 마치 박물관 전시실처럼 꾸며져 탑승객들의 시선을 끈다. 열차 출입문을 비롯해 탑승자들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긴 사진 자료들이 있다.
또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프로젝트에 등장한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가슴 뭉클하게 하는 소개글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열차 6량 중 3량은 독립열차로 구성됐고 나머지 3량은 호국열차다. 독립열차는 성남문화재단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독립열차 첫 칸에서는 독립운동은 남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실천으로 보여준 다양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만날 수 있다.
‘시베리아의 딸’이라 불렸던 김알렉산드라를 비롯해 해녀독립운동가로 이름을 남긴 부춘화, 1920년 8월 평안남도 도청 폭탄 투척을 위해 폭탄을 옮기는 임무를 수행했던 한도신 등의 이야기는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끼게 한다.
두 번째 칸은 남한산성에서 함경도에 걸쳐 전개된 성남의 독립운동을 다루고 있다.
명성황후가 잔혹한 죽음을 당한 을미사변에 이어 단발령이 공포되자 1,600여 명의 성남 의병이 남한산성에서 서울진공작전을 구상한 바 있다.
비록 실패하지만 의병들은 경상도로 이동해 끝까지 항전했고, 이후 성남의 항일단체들은 치열한 항일운동을 전개해 함경도 원산까지 조직원을 파견할 정도였다. 성남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내용을 접할 수 있다.
독립열차의 마지막 칸에는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이 소개된다.
고종을 도와 헤이그에 보내진 제4의 특사로 알려진 호머 베잘렐 헐버트도 포함돼 있다. 개화기 교육기관인 육영공원의 영어교사였던 호머 베잘렐 헐버트는 한글에 띄어쓰기를 도입한 미국인이다.
현재 우리나라 외국인 묘지에 잠들어 있는, 한국을 사랑한 그는 외국인 서훈자 72인 중 한 명이다.
네 번째 칸에서는 6.25전쟁에 얽힌 흥미롭고 감동적인 다양한 이야기가 사진자료와 함께 소개되는데 6.25전쟁 기간 헌신적으로 의료봉사에 참여했던 이탈리아의 제68 적십자병원도 등장한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도 유엔군 장병들은 귀국했지만 이탈리아 제68적십자병원은 민간인을 진료하고 구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1년간이나 치료업무를 이어갔다는 기록은 이탈리아가 보여준 따스한 인류애를 느끼게 한다.
6.25 역사에 기록된 특이한 이름의 전투인 펀치볼 전투, 크리스마스 전투, 피의 능선 전투를 소개한 자료들도 흥미롭다.
외국 종군기자가 높은 봉우리에서 내려다본 전투 현장의 모습이 화채그릇(Punch Bowl)처럼 생겼다 해서 펀치볼 전투라는 이름을 가진, 강원도 양구군 해양분지에서 벌어진 전투는 당시 치열했던 현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한다.
5번째 칸에서 6.25 전쟁영웅으로 소개된 손원일 제독과 ‘해군의 어머니’로 불린 홍은혜 여사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손원일 해군제독의 아내인 홍은혜는 우리나라 해군 최초의 전투함 ‘백두산함’의 구매를 위해 해군장병 부인들과 함께 삯바느질로 전투함 구매 자금을 모으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이 군가가 없어 일본 군가에 가사를 붙여 부르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바다로 가자’ 등 다수의 해군군가를 작곡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분당선 '호국보훈열차'는 6월 30일까지 한 달간 운영될 예정이다.
신분당선 판교역 대합실에서도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특별전시'를 여는 특별홍보관이 6월 15일까지 운영된다. 홍보관은 역사, 문화, 평화 등 3가지 주제의 독립운동가 캐릭터 전시를 포함한 다양한 전시물로 이뤄졌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핸드폰에 눈길을 빼앗긴 채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전철에서 시간을 보내곤 하지만 신분당선 호국보훈열차를 타게 되면 잠시 핸드폰에서 눈을 떼고 열차를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순국선열들의 나라를 위한 고귀한 희생을 가슴 깊이 새기고 우리의 현재는 그들이 준 선물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호국보훈열차 시간 문의: 네오트랜스 고객센터 031-8018-7777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