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성남시 한 아파트 단지의 작은도서관에 근무한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 사이에 올해 초부터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백성들의 삶을 다룬 소설 4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 추천이 이어지더니 반납을 미룬 채 돌려 읽기까지 한다. 코로나19로 더 뜸해진 이웃간의 대화가 책 한 권으로 작게나마 계속되고, 오랜만에 책 읽는 재미에 빠졌다는 주민들도 있어 흐뭇하다.
이런 풍경이 지역에 도시에 번진다면 어떨까? 성남시에도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바로 성남시 공공도서관이 펼치고 있는 ‘한 도서관 한 책 읽기’다.
‘한 도서관 한 책 읽기’는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이 시작한 ‘If All Of Seattle Read The Same Book(만약 모든 시애틀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는다면)’이 2003년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변화된 것이다.
성남시에서는 2012년 중원도서관, 2015년 수정도서관이 시작했고 올해는 복정·위례·중원어린이·해오름 도서관도 운영하고 있다.
‘한 책’은 먼저 도서관 인근 지역 통장협의회, 도서관 담당자와 운영위원회 등이 지역 현안이나 사회적 관심사 중에서 함께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후보 도서를 추천한다.이후 도서관 현장과 홈페이지에서 투표와 설문조사를 실시해 최종 도서를 선정한다.
올해 주제로는 코로나 블루 극복, ‘쓰레기 제로 라이프, 나를 바꾸는 삶’, 행복한 노후 생활,재테크, 자기 계발, 건강, 경제 등이 제안됐다.
올해의 한 책으로는 표에 있는 책들이 선정됐다. 중원어린이도서관은 금광1동과 2동 각각 제안한 주제에 따라 두 권을 선정했다.
각 도서관은 자료실에 코너를 만들어 올해의 한책과 후보 도서, 관련 자료를 함께 소개하고 추가 대출을 하기도 한다. 취재차 각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후보 도서까지 대출돼 코너가 비어있는 곳이 많았다.
수정도서관 담당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한 책 선정의 중요성이 높아져 주제와 책을 선정하는 시간도 점점 길어진다고 한다. 수정도서관은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주제로 책을 선정하고 다양한 관련 행사를 개최했다.
아이와 부모 모두 참여도가 높았고, 독립운동가들을 알게 되면서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뜻깊은 순간을 함께 경험하며 공감대를 형성했을 참여 시민들은 2019년 선정도서 『노래를 품은 섬 소안도(홍종의)』를 오래 기억할 것이다.
이렇게 한 도서관 한 책 읽기는 책과 주제를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12월까지 연다.
복정도서관은 한 줄 서평 쓰기와 작가와의 만남, 위례도서관은 경제 관련특강이 열린다. 수정도서관은 북트레일러 영상 제작, 지구를 위한 바느질과 생활용품 만들기, 랜선 번개 독서모임 등, 중원도서관은 지역 기관에서 열리는 ‘찾아가는 한 책 특강’, 독서 토론과 미술 활동 등이 열린다. 도서관마다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 일정과 내용을 안내한다.
동네에 있어 언제나 편하게 책을 읽으러 갈 수 있는 복정도서관은 2020년 1월 개관했으나 코로나19로 시민들을 제대로 만날 수 없었다.
도서관 담당자는 “책 읽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책 선정과정부터 다양한 행사까지 시민들이 도서관을 더 친숙하게 느끼면서 활발한 독서 활동을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 도서관 한 책 읽기’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관심사를 알 수 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책으로 공동체의식을 경험하고 책과 독서 자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공공도서관이 시민들과 더 가까워지면서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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