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면서 고생을 많이 했지. 어렵게 모은 재산, 나눔에 사용하는 것이 내 소원이었어요.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그 안타까움에 지금이 나눠야 할 때다 생각했어요. 작지만 보탬이 되고 싶어요.”
지난 6월 8일 새하얗게 의복을 단장하신 박병천(84·하대원동) 어르신을 성남시청에서 만났다. 슬하에 1남 4녀를 둔 어르신은 자녀들이 모두 성장해 사회생활을 잘해 나가고 있으며, 기부하겠다는 의사에 “그동안 저희 키우고 가르치시느라고 고생하셨는데 아버지 마음대로 쓰세요”라고 말해 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호적상 84세지만 원래는 35년생이라고 귀띔해 주신다. “살고 있던 집을 정리하고 전셋집을 마련했다. 나눔을 결심하게 된 것도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온 내 삶을 돌아보며, 언젠가는 나눔을 하리라는 꿈을 키워왔기 때문”이라는 어르신은 따로 수혜자를 지정하지 않았다. 시에서 어려운 이웃을 더 잘 알고 있을 터니 믿고 맡긴다고 했다.
큰 금액을 선뜻 기부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시 관계자의 인사에 “다른 분들에 비하면 많지 않아요. 내게 뭐 특별한 계획은 없고, 이제 나이가 있으니 조금이라도 더 나눔을 하고 싶습니다”라며 겸손해했다.
경기도 이천 설성면에서 살다가 어린 시절부터 학업을 위해 서울에서 자취를 했다. 인쇄소 일을 했으나 학비를 충당하기에 어려웠다고 했다. 60년대 몇 년 공직생활도 했고 운수회사에 다녔으나 생활은 넉넉지 못했다. 적은 월급을 저축하면서 알뜰하게 살았다. 이제는 고생고생한 이야기도 웃으며 할 수 있게 됐다면서 “허허” 하고 웃는다.
1998년 성남으로 이사 와서 생활체육 축구를 시작했다. 축구를 하면서 경기도 대회에 네번이나 출전했다. 조그만 사람이 잘 뛴다고 역대 시장님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멋쟁이세요”라는 말에 “나이 먹은 사람이 옷을 어둡게 입으면 안 좋아. 우선 전철을 타보면 안다. 여름에는 환한 색을 입고, 겨울에는 청색 계통을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기부하러 오는 날 아침에도 이발소에서 깨끗이 단장하고 온 정성 가득한 어르신의 모습은 멋지고 아름다웠다. 요즘 몸에 부기가 가끔 있어서 주치의와 상의 끝에 아직 백신을 맞지 못했다고 한다. “현금으로 기부해야 하는 줄 알고 수없이 은행을 드나들었다”라고 그동안 어려움을 오늘에야 털어놓았다.
자랑스러운 성남시민 박병천 어르신은 1억 원 이상 기부자에게 전달되는 ‘사랑의 열매’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 인증패를 받았다. 기부한 2억5,600만 원은 사랑의열매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등록돼 공정하게 관리·운용되며 성남의 어려운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랑스러운 성남인 박병천 어르신의 아름다운 기부가 어려운 이웃에게 힘이 되길 기대한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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