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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꽉 붙잡고 싶어요!

윤미라 분당구 야탑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7/23 [09:53]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몇 주 전부터 기운이 하나도 없고 심란해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지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항상 끼고 있던 반지를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 얘기에 욕실이며 장롱이며 집안 곳곳을 다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어요.

 

어머니는 “아휴~~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저번에는 불 위에 올려놓은 냄비를 깜빡해서 불이 날 뻔하지를 않나. 이렇게 나이를 먹는 게 무섭다! 이러다 너희한테 짐이 되면 어쩌니?” 하시며 자리에 누워 버리셨어요.

 

그 후로도 당신의 기억을 믿지 못하고 매번 주눅이 들어 계시더라고요.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저 역시 영 마음이 쓰이고 걱정이 됐어요.

 

사실 어머니는 경증 치매 판정을 받으셨거든요. 아직 자세히 말씀을 드리진 못했지만 기억이 사라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건 아닌가 싶어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저는 얼른 백화점으로 달려갔어요. 잃어버린 것과 똑같은 금반지를 사서 몰래 어머니 댁 서랍에 넣어놨다가 “어머니! 여기 있었네요~~~ 여기 서랍에 잘 두시고는 괜히 그러셨어요!” 하고 반지를 찾아 드렸습니다.

 

오랫동안 찾던 반지를 겨우 찾으신 어머니는 “그래! 그럼 그렇지! 다행이다~” 하시며 안도의 한숨을 쉬시고는 환한 미소를 보이셨어요.

 

이렇게 돈을 써서라도 어머니의 기억을 붙잡아 드릴 수만 있다면 뭐든 수십 번, 수백 번이라도 해볼 텐데, 아마 그 일도 갈수록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집 근처 치매안심센터에 열심히 모시고 다니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어머니의 시간과 기억을 꽉 붙잡아 드리려고 합니다.

 

어머니, 제발 건강하고 행복하게 제 곁에 오래오래 계셔 주세요!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1년 8월 6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