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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함 사세요~~

성열봉 분당구 정자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7/23 [09:51]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며칠 전 저녁나절, 놀랍게도 함진아비의 “함 사세요~~~!” 외치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와아~~ 이게 얼마 만에 들어보는 소리인가. 어둠이 내린 초저녁 골목길에 울려 퍼지던 그 구성지고 정겨운 소리를 이런 첨단 대도시에서 듣다니. 정말 감개무량했고 그 사람들이 누군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잠시 눈을 감고 어릴 적 일을 떠올려 본다.

 

결혼 전날이 되면 함잡이들이 색시 집으로 함을 팔러 가고, 100m 밖에서부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장사가 시작된다. “함 팝니다. 함 사세요~!”

 

신랑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함을 지고 신부의 집에 다다르면 적당한 함값을 요구하다가 신부 친구들의 권주(勸酒)에 슬쩍 넘어가 준다.

 

신부는 받은 함과 무명 등을 잘 챙겨뒀다가 시집갈 때 가지고 간다. 그 한밤의 떠들썩한 전야제 함팔이를 하고 다음 날 결혼식을 치렀다.

 

결혼식 날에는 동네 넓은 마당에 큼직한 양은솥을 서너 개 걸어놓고 국수를 삶았다. 계란을 부쳐서 잘게 썬 고기와 함께 국수 위에 꾸미로 얹고 멸치 국물을 부으면 세상에 그보다 맛있는 음식이 없었다.

 

널찍한 철판을 돼지기름으로 몇 번 씻어내고 녹두부침개를 부쳐내는 동안은 니집 내집 할 것 없이 온 동네의 집들이 손님을 받는 잔칫집이 됐다.

 

누가 왔다 갔는지도 모르는 복잡한 예식장에서 30여 분 만에 초고속으로 치르는 오늘날의 결혼식과 비교하면 정이 흘러넘친다.

 

징과 꽹과리, 장고를 치는 농악대, 함진아비와 등불을 든 사람들이 이웃 형님과 누님의 혼인을 축하해주며 신명나게 놀던 마을 축제. 두 사람의 결합이 온 동네의 경사였던 그때가 참 그립다.

 

성남의 신혼부부들의 행복을 빈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1년 8월 6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