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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백배 즐기기/ 가을산행 청계산

  • 관리자 | 기사입력 2010/09/15 [14:0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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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로 느껴지는 바람이 가볍다. 한 발 앞서 보낸 여름은 떠나기 아쉬운 표정으로 주위를 서성이고 있지만 온몸 칙칙이 묻어나던 무거움이 사라진 상쾌한 바람, 가을의 문턱에 다가 섰음을 느끼기에 충분한 9월이다. 가을바람의 속삭임이 정겨운 청계산 능선에서 익어가는 가을에 귀기울여보자. 청계산은 도심 가까이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이번 산행은 옛골을 들머리 삼아 오르기로 한다.

옛골 시계등산로 입구 → 매봉 정상(느린 걸음 약 1시간 30분 소요)

작은 능선으로 시작하는 완만한 비탈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키가 훌쩍 큰 나무들은 간간히 작은 틈새를 이용해 하늘은 내어준다. 여름 산행인에게는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고, 우중 산행인에게는 비를 막아주며 한 모습으로 오롯이 서있었을 것이다.

산길은 좁고 넓음이 반복되면서 이어지던 것이 어느새 매봉을 향한 나무계단이 한 줄로 서서 정상으로 인도한다. 합장을 하고 세 바퀴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돌문바위를 지나 매바위에 올라 장난감 블록처럼 수놓아진 강남과 분당을 조망한다. 청계산을 오르는 많은 산행인들이 정상으로 삼으며 전망 좋기로 유명한 매봉 정상에 다다르면 과천과 관악산의 풍경이 환하게 펼쳐진다.

매봉 → 망경대(20분 소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좁은 9부 능선으로 이어진다. 밧줄을 잡아야 안전한 길은 마치 악산으로 유명한 산 어디쯤에 올라와 있나 착각이 들게끔 한다. 산길에서 마주쳤을 때 오름길 사람들을 위해 내림길에 있는 사람들은 잠시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에티켓이 꼭 필요한 구간이다.

송산 조견 선생을 비롯해 고려 말 신하들이 청계산에 은거하면서 이곳에 올라와 나라가 멸망한 것을 비통해하다 개경을 바라보며 슬피 울었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는 ‘망경대’가 청계산의 주봉이자 정상이지만 군부대가 있어 바로 옆 석기봉이 정상을 대신한다.

이곳에서 만난 분당구 분당동에서 왔다는 산행인에게 청계산의 좋은 점을 물었다. “근처 다른 산도 있지만 청계산은 흙산이라서 여름에는 덥지 않고 발이 피곤하지 않아서 좋아요”라며 “체력 조건에 따라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것 또한 청계산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망경대 → 이수봉(30분 소요)

잘생긴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을 더듬더듬 내려간다. 청계산은 등산로가 여러 가닥으로 뻗어 있어 다양한 산행을 즐길 수 있으며 산행 중 몸의 상태에 따라 어디서든 하산이 가능하다. 현재 향하는 방향에서 어느 길을 선택하든 왼쪽 길로 방향을 잡으면 성남 인근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조선 연산군 때의 유학자인 정여창 선생이 스승김종직과 한때 이 산에 은거하며 생명의 위기를 두번이나 넘겼다 해 붙여졌다는 이수봉. 그 역사를 담은 유래비가 이수봉의 정상석으로 서있다.

이수봉 → 목배등, 봉오재 입구(1시간 20분 소요)

계곡은 깊고 아늑하며 수려하고 울창한 숲을 가졌다. 철쭉능선을 따라 평지길과 비교적 완만한 내리막길을 몇 번 지나 목배등 삼거리에 도착한다. 길 따라 이어지는 잘생긴 소나무 능선을 따라 걸으며 청계산이 품고 있는 역사적 이야기 속에 잠시 들어가 있는나 자신을 한 번 더 생각해본다. 

청계산이 품은 이야기를 뒤안으로 남기며 봉오재 입구에 도착, 산행을 마무리한다.

옛골을 들머리 삼는 청계산 행 교통편은 모란역 5번 출구에서 11-1번 금토동 행 버스에 승차해 옛골입구에서 하차하면 된다. 이번 호에 담지 못한 청계산행은 다음 호에 고구려의 충신 조윤 선생의 이야기가 담긴 국사봉에서 운중동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이어지는 산행 길로 소개할 예정이다.

윤현자 기자 yoonh11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