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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청에 등장한 그라피티라이터 심찬양의 ‘내 일과 내일(My Job & Tomorrow)’

8·10 성남(광주대단지)민권운동 50주년 기념 대형 그라피티 퍼포먼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7/23 [14:4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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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 성남(광주대단지)민권운동 50주년을 맞아 성남시에서 초대한 세계적 그라피티 작가 심찬양(활동명 Royyal Dog)의 그라피티 작업이 6월 28일 시작, 7월 8일 마무리됐다. 

 

락카(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벽화를 그리는 심찬양 작가는 ‘꽃이 피었습니다’, 한복 입은 미셸 오바마여사 등 외국인 여성과 한복이라는 이색적 조합으로 예술성을 인정받은 세계적 그라피티 아티스트다.

 

성남의 뿌리이자 모태인 8·10 성남민권운동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작가가 완성한 작품 제목은 ‘내 일과 내일’이다. ‘내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에 다가오는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로, ‘나의 일(My Job)’과 ‘내일(Tomorrow)’을 결합했다.

 

성남시청 너른못 광장 대형 캔버스(가로 7.8m, 세로 14m)에 담긴 작품 ‘내 일과 내일’에 대해 심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하나 된 성남’이란 주제를 작품 속에서 어떻게 구현하는지 설명을 듣고 싶다.

→단체나 지자체의 요청으로 작업을 할 때 요구한 주제 속에 제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최근 첫 아이가 태어난 후 생각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성남시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구상하면서 ‘모태’라는 단어가 강하게 들어왔다.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도 그런 방향으로 주제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엄마가 아이를 가르치고 안전한 길로 안내하며 아이가 독립하는 과정들을 그림에 담아 성남이 거쳐 온 시간과 발전 과정들을 구현하려고 한다.

 

성남시민들이 심 작가의 작품을 어떻게 봐주기를 바라는지?

→제가 의도한 바를 잘 캐치하시면 좋겠고, 그림을 통해 미처 담지 못한 의미까지 시민들이 확대 해석하셔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림이 주는 본연의 에너지 외에도 그림이 이끌어내는 상상력, 창의력이 있기 때문에 시민들께서 마음껏 상상력을 동원해 보시면 좋겠다.

 

작품 구현 시 본인만의 방식이나 고집하는 것이 있는지?

→내가 재미있어야 다른 사람들의 흥미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에 나의 에너지가 담긴다는 생각에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위주로 작업을 한다. 그런 면에서 흥미 있는 것,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나를 감동시키는 것에서 방향을 찾아 작업한다.

 

그라피티 작가로 활동하면서 사용하는 예명 ‘로얄독(Royyal Dog)’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혹시 god의 스펠을 뒤집어 사용한 건가?

→처음 호주를 갔을 때인 6, 7년 전 ‘로얄독’라는 예명을 쓰기 시작했다. 미국 힙합 래퍼 스눕독(Snoop Dogg)같은 사람들이 멋있다는 생각에 ‘로얄독’이라는 예명을 만들기도 했지만 활동 초반 월세도 못 내는 힘든 시절, 내일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가 ‘길 잃은 개’ 같다고 생각했다. 길 잃은 강아지처럼 떠돌아도 원래 나는 하나님의 아들, 왕의 족속으로 태어났다는 뜻에서 앞에 ‘로얄‘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지금은 걱정 안 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로얄독’이라는 예명은 그 당시 힘든 시절을 떠올리는 이름이 됐다.

 

그라피티 작가나 아티스트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해주고싶은 말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속 흥미를 가지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고 내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 처음 그라피티를 했을 때 미국의 오리지널 그라피티 작가들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결국 그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한복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라피티를 하고 싶은 친구들이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 내가 흥미를 갖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완성된 작품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이 청사초롱을 들고 품에 안긴 어린아이를 사랑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다. 청사초롱 안에 그려진 남한산성과 봉국사는 아이의 앞길을 밝힌다는 의미로 성남의 역사를, 여인의 치마폭에 담긴 8·10 성남(광주대단지)민권운동 장면은 성남의 어제를, 아이의 저고리에 그려진 모습은 성남의 오늘과 미래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어제를 뛰어넘은 오늘이 있기에 더 행복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는 8·10 성남민권운동의 정신처럼, 작품을 통해 ‘우리를 안내하는’ 과거의 역사와 ‘우리를 지키는’ 시민의 행동이 오늘날의 성남을 이루고, 계속해서 성장할 미래를 이끌 것이라는 메시지로 잘 전달되길 바라본다.

 

 

취재 양시원 기자  seew2001@naver.com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