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 성남(광주대단지)민권운동 50주년 기념展 - Future is Now(미래는 지금이다)가 7월 23일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막을 열었다.
한국 근대도시공간의 쟁점들이 집약된 도시인 성남의 역사 속 흔적들을 톺아보고, 기록과 공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전환한 작가들의 평면, 입체, 영상, 설치작품 60여 점이 자리했다.
전시실 입구에 안내데스크가 있는 공간부터 미술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임흥순 작가와 사진 기반 지역예술 프로젝트 그룹인 신흥사진관의 협업공간 Space1.-<성남아카이브>가 펼쳐진다. 성남의 도시형성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류, 신문, 이미지 등 시각화(인포그래프)된 각종 자료들과 돌, 도서, 사적인 오브제(아카이브 쇼케이스)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구에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삐딱하게 걸린 천과 금광동 골목길 사진들이 지나가는 모니터가 보인다. 락카스프레이로 표시한 철거 확인 번호로 가득했던 그 공간의 모습이 모티브가 된 김태헌 작가의 <금광1동 수인번호>다.
금광동 어느 주택의 조형미 가득한 창문으로 쓰였던 창살 밖으로 펼쳐지는 번호들의 물결이 집행을 앞둔 형국처럼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회색의 사면으로 이루어진 벽에는 김 작가가 80년대 말부터 그리기 시작한 성남의 인상과 느낌으로 구성된 다양한 그림 <성남을 그리다>가 전시 중이다.
기괴하게 허리가 휜 사람의 배 위에 곧게 뻗은 대로의 사진을 배치한 <2021 중단 없는 전진>의 예술적 풍자가 흥미롭다.
사진 안쪽에는 성남의 골목길에서 본 색을 수집해 재현한 <성남의 빛바랜 색>과 성남의 철거된 지역에서 채집한 물건들이 오브제가 된 <나를 잊지 말아요>가 모습을 드러낸다.
화구, 색색의 장난감, 꽃 그림이 있는 의자, 유리병, 유선형으로 패인 도마와 배 모형 등 인상적인 구성과 진열로 모여 있다.
‘쓸모없음의 쓸모있음, 일종의 무용지용(無用之用)에 대한 노래’라는 재미있는 설명처럼 버려진 것들의 이야기를 예술로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상징성 강한 작가의 작업방식을 잘 드러내는 공간이다.
노란 벽에는 1999년 모란장에서 찍은 31명의 인물 사진을 드로잉작업으로 전환한 <모란장 사람들>이 걸려 있다.
20년이 지난 2020년 겨울, 당시 사진들을 찾아보면서 “이왕이면 멋지게 찍어줘요”라고 부탁했던 한 상인의 이야기가 귓가에 생생하게 되살아나서, 여전히 잘들 사시는지 그들에 대한 늦은 안부를 묻는 작업이었다는 설명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제일 안쪽 새로운 공간에 들어서자 영화감독이자 미술가인 임흥순 작가의 Space4.-<고향>이라는 비디오가 광주대단지에서 사용하던 군용천막을 형상화한 두 개의 스크린이 지붕모양으로 걸려 상영 중이다.
스크린A에는 성남의 역사와 정체성, 삶을 재조명하는 성남시민들의 이야기가, 스크린B에는 재건축으로 사라질 공간과 건물에 대한 애도와 희망의 제의적 퍼포먼스가 담겨 4채널 사운드의 영상으로 송출된다.
같은 스크립트에 다른 영상이 만나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스크린 안쪽으로 매달린 두 개의 거울이 관객의 모습을 반사해 조명에 따라 오묘한 빛깔로 느껴지도록 장치한 모습도 숨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커튼을 열자 보랏빛 공간에 입체적으로 매달린 식물들(Hanging Plant)의 향연이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의 성남이 공존하는 태평동을 모티브로 한 설치작 Space3.-<공중정원>이다.
경사가 심하고 복잡한 지형인 태평동의 모습과 끝없이 이어지는 전선 등을 다층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와이어(wire) 위에 화분들을 배치해 식물의 생명력을 통한 삶의 미학을 모색한 작품이다.
태평동 주민들이 옥상에서 키우던 화분을 기증 설치하면서 시민들이 일상 속 고된 삶에 대한 치유와 예술을 향유하도록 다각적인 참여를 유도한 전시이기도 하다.
신흥사진관이 구성한 다음 공간은 신도시의 아파트 홍보관을 형상화한 Space2.-<하이힐즈 분양관>이다.
아파트의 모형과 벽지, 상담용 테이블 같은 샘플 자재들을 배치해 신도시 개발의 역사를 지나 재개발 중인 성남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드러낸다.
관람객들이 직접 맘에 드는 아파트 이름을 골라 계약서를 작성하고 홍보 전단지를 통해 가상의 집을 분양받는 체험도 가능하다.
뒷면 점선들을 이어 그려보면 ‘다시는 서울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계약 문구가 드러나면서 당시 상황들을 유추해 볼 수 있어 인상적이다.
전시관은 다시 정문 앞 첫 공간이던 김태헌 작가의 작업공간으로 되돌아오도록 연결된다.
연두색 커다란 벽에는 작가가 오랜 기간 성남의 시간 속 지표마다 드러났던 정보들에 대한 ‘견해’와 살아가며 관찰하고 작업한 ‘방편’들을 이야기로 담은 책 <성남을 쓰다>를 해체한 페이지들이 붙어있다.
김태헌 작가는 “결혼해서 성남에 들어와 살면서 구도심 속 골목들을 누비며 이모저모 재미있는 도시라는 생각으로 관심을 가지고 천천히 느리게 작업해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20여 년 넘게 했던 작업들을 모아 정리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과 그 시간들을 기록으로 담은 출판물과 작업으로, 성남이라는 도시공간에 관심 있는 많은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어 반갑고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동안 성남이 주인공인 전시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관람하시는 성남시민들에게도 성남의 전체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취재 양시원 기자 seew2001@naver.com
8·10 성남(광주대단지)민권운동 50주년 기념전 <Future is Now> 2021.7.23.~8.22 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 무료입장/ 화~일요일 10:00-18:00(월요일 휴관) 성남문화재단 큐브미술관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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