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보장하라!” “우리는 인간이다!” “약속을 지켜라!” “개돼지도 우리보다 낫다. 우리는 배고프다!” “일자리를 달라!” 처절한 삶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외침은 차라리 울부짖음이었다.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건설의 희망 노래가 어느 날 들려오기도 했다.
8월 7일, 8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무대에 올려질 극단 성남93의 창작 뮤지컬 ‘황무지’ 공연 연습이 한창인 아트센터 연습실에서 한경훈(극단 성남93·성남동) 대표를 만났다.
한경훈 대표는 뮤지컬 ‘황무지’는 성남에서 4번째 공연으로 초연(2017년) 때의 줄거리에 뼈대를 두고 있다고 한다.
한 대표는 광주대단지로 이주한 이주민 중 한 가족을 등장시켰다. 한 가족이 광주대단지로 자기 집을 처음 갖게 된다는 희망으로 이주(전매권자)해서 살아간다.
있는 것이라곤 고작 천막밖에 없고, 일자리도 없고, 시설도 없고, 생활은 갈수록 열악한 상황으로 치닫고, 그 상황에서 정부에서 보낸 1차 통지서를 받게 된다.
땅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15일 만에 집을 지어야 했다. 절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똑같은 일상을 겪는다.
16살의 딸 혜자는 7살의 지능을 가졌지만, “이곳이 천국이 될 거”라고 말한다. 천막촌에서의 혜자는 마을의 희망이기도 했다. 먹을 것도 없는 천막촌에 쥐잡기 운동이 펼쳐진다.
개미까지도 주워 먹는 혜자가 쥐약을 주워 먹고 죽게 되자 마을 사람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지면서 모두가 장밋빛 공약을 내걸지만, 현실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2차 통지서를 받아든 주민들은 분노한다.
엄마(배우 정은란) 정씨와 딸 혜자는 포대를 얻어다 봉투를 접어서 먹을 것을 구해야 했지만 행복하다.
극 중 혜자는 “저는 공연을 시작하기 전 ‘광주대단지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는데 연습을 하면서 사건을 깨닫고 안타까웠어요”라고 한다.
그러나 극 중 연기는 슬픔과 고통을 몰라야 하는 7살 지능의 순수하고 행복한 역할이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의 울분과 슬픈 연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힘들었다고 한다.
“극 중 출연자들은 이름이 없습니다. 과거 속의 사람들은 강 씨, 정 씨, 최 씨, 권 씨 등으로 불립니다, 오전 10시부터 연습실에 모여 저녁까지 10시간씩 연습에 매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한경훈 대표의 ‘황무지’는 특별출연한 무용가(댄서)의 독무 속에서 슬픔과 분노를 표출한다.
뮤지컬 ‘황무지’는 8월 7일 오후 5시와 8일 오후 3시, 두 차례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무대에 올린다.
올해는 공개 오디션을 거쳐 시민 배우 5명이 함께하고 있다. 의상은 꽃무늬 몸빼바지와 반바지 등 의상전문가가 담당해 준비한, 그 시대 상황에 맞는 옷들과 흙 묻은 장화, 고무신이다. 20대에서 50대 배우들이 펼치는 뮤지컬 공연이 역동적이다.
25명이 함께하는 올해의 ‘황무지’ 공연은 전문 예술인들과 지역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공연장이 될 것이라고 하니 더욱더 기대된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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