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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제비

방연희 수정구 태평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8/25 [09:57]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6월 어느 날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다. 큰방 창문 앞에 여기저기 어지럽게 꼬여 있는 전선 줄 위에 새벽이면 제비들이 모여와서 악을 쓰며 요란하게 울어댄다.

 

어릴 적 우리 시골집 처마 밑에 매년 제비가 집을 지어 새끼를 키우던 그 추억 때문에 난 그 소리가 싫지 않고 너무 정겨워 혹여라도 내가 창문 여는 소리에 놀라서 도망갈까 봐 방충망 앞에서 턱 괴고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기만 한다.

 

어떤 날은 너무 시끄럽게 울어대니 딸아이가 “시끄러워!” 하고 소리치면 말귀를 알아듣는 양 한참을 조용하게 있다가 약 올리듯이 더 크게 소리 내어 울어댄다.

 

그럴 때마다 딸아이와 제비가 주고받는 짓이 너무 귀여워서 그냥 웃고 마는데,이것조차 제비가 나에게 주는 기쁨이다.

 

요즘같이 힘들고 어려운 세상, 옛날 동화책에 나오는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처럼 혹시 제비가 내게 박씨를 물어다 주는 것 같은 행운을 기대해도 될까? 가슴 설레게 희망해본다.

 

어젯밤부터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오늘은 하루 종일 제비가 보이질 않는다. 혹시 가버린 건 아닌지. 이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먼 곳으로 떠날 것은 알고 있지만, 어제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보여준 귀여운 몸짓이었나 생각하니 아쉽고 많이 서운하다. 제비에게 가슴으로 전하는 내 마음의 편지를 작은 속삭임으로 날려 보내본다.

 

제비야, 내년에도 잊지 말고 우리 집으로 꼭 나를 찾아오렴. 그리고 올 땐 입에 큰 박씨 하나 물고 오렴.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없어도 그 박씨는 꼭 창문 앞에 놓고 가려므나.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1년 9월 6일(월)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