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탄천을 산책하다 보면 나뭇가지, 전선 등에 앉아 꼬리를 좌우로 흔드는 자그마한 새가 있다. 참새인가? 하고 지나치기 쉬운데 자세히 보면 때까치다. 18~20cm 크기의 때까치는 참새목 때까치과의 육식성 새로 까치와는 거리가 있는 별개의 종이다.
때까치는 성대모사의 달인이다. 때까치는 주로 가을에 들을 수 있는 “때때때때…” 하고 우는 울음소리가 인상적인데 번식기에는 다른 새의 지저귐을 흉내내는 습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양한 레퍼토리로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고 한다.
때까치는 동물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작고 약해 보이는 생김새와는 다르게 오로지 육식만 한다. 라이트급 체구지만 사냥 솜씨로 치면 동급 최강이다. 맹금류처럼 부리가 휘어있는 때까치는 땅 위의 먹이를 찾기 위해 지표면 가까이 날다가 급상승해 나무 위에 앉는다.
그러다가 먹이를 잡으면 나뭇가지의 작은 가지나 가시에 먹이를 꽂아두는 습성이 있는데 이것을 먹이꼬치라 한다. 때까치가 육식을 하지만 맹금류처럼 다리나 부리의 힘이 약해 먹이를 찢기 힘들어서 먹이를 나뭇가지에 고정시키고 뜯어먹는 습성을 가지게 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독특한 이런 습성 때문에 butcher bird(도살조·학살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나중을 위한 먹이 저장으로 보일 수도 있는 때까치의 이런 행동은 먹이 저장보다 영역 과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진 야산에서 미라처럼 바짝 마른 동물사체를 발견하면 깜짝 놀라게 되는데 때까치가 만들어 둔 섬뜩한 먹이꼬치는 그래서 독특한 방식으로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독특한 습성으로 악명 높은 때까치는 때때로 다른 새들의 알을 거두는 자비로운 보모가 되기도 한다. 새가 둥지를 짓지 않고 자신의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산란해 대신 품고 키우게 하는 습성을 ‘탁란’이라고 한다. 탁란으로 익히 알려진 새는 바로 뻐꾸기인데 때까치도 종종 뻐꾸기의 보모새 노릇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모새는 산란 직후부터 알을 품기 시작해서 새끼가 둥지를 떠날 때까지 제 새끼가 아닌 다른 새의 새끼를 정성스럽게 키우며 부모 역할을 대신한다.
한편 때까치는 생태계 변화의 지표종이기도 하다. 때까치는 곤충, 소형 조류 및 개구리, 도마뱀 같은 양서파충류와 쥐, 지네, 지렁이 등을 먹이로 살아가고 있다. 상위 포식자인 때까치가 관찰되는 곳은 안정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음을 알려 준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종으로 먹이 이용 상태에 따라 알의 크기가 변하는데 알의 크기가 줄어들수록 때까치가 살아가는 주변 환경에서 먹이 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 준다. 그래서 생태학자들은 지속적인 때까치 모니터링을 통해 환경변화, 특히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데 때까치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참 다채로운 역할과 특성을 가진 독특한 새 중의 하나가 때까치인 듯하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산들바람과 함께 가을이 찾아온 탄천과 주변 숲에서 때까치를 한번 찾아보며 가을맞이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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