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복지관 이용이 어려워진 어르신들을 위해 열린 작은 전시가 화제다. 판교노인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에서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기획한 ‘우리동네 작가 이인호 전’.
소나무 작가, 아리랑 작가, 삼행시 작가로 알려진 화가 이인호의 개인전이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 개최 중이고, 10월 1일 시작해 29일까지 한 달간 진행될 예정이다.
복지관의 열린갤러리에 들어서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 색동 문양과 한글이 박힌 산과 들, 손에 잡힐 듯 물 위에 떠 있는 연꽃 등 생생한 유화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힘들었던 시간, 그림으로 마음을 치유했다는 이인호 작가.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직장암 판정을 받았어요. 저는 20여 년간 의류회사에서 디자인과 홍보, 영업, 기획, 컨설팅을 하고 디자인사무실을 운영하며 바쁘게 살던 시기였지요. 슬픔을 잊으려 그림을 시작했습니다. 강건하고 푸르른 소나무처럼 남편의 건강이 회복되길 기도하며 소나무를 그렸지만, 53세의 나이로 하늘로 가셨지요.”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은 잠시라도 슬픔을 잊을 수 있었다.
이후 그는 그림을 그리고 가르치며(문화센터와 복지관의 미술 강사로 활동),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구미1동 행복마을만들기 추진단 단장으로 가로수들에 손뜨개 겨울옷을 입히기도 하고, 지인들과 동네를 찾는 손님들에게 이름 삼행시를 지어주며 꿈과 행복을 주는 작가로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에는 20여 년 전부터 시작한 아리랑 주제 작품들도 선보였다.
세종대왕의 18대손이기도 한 이인호 작가. 우리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과 한글을 그림 작품 속에 넣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고 전한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는 대목에서 슬픔에서 기쁨으로 넘어간다는 희망을 찾고, 전통 한지와 색동천, 오방색을 사용해 우리의 산과 들, 냇물과 바다를 그리기 시작했다.
온라인 전시회의 해설을 맡은 복지관의 신은희(도슨트 양성교육 담당) 강사는 “아리랑 고개의 한 고개 한 고개 넘어갈 때마다 이 뒤에는 어떤 마을들이 숨어있었을까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한 마을 한 마을에 있는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의 삶들이 넓은 바다에서 모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전했다.
요즘은 소박하면서도 기품있는 전통 소반을 활용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생활용품으로 써도 되지만 액자처럼 이용할 수도 있는 소반의 매력에 빠져 자개도 붙이고, 꽃도 그린다. 아리랑과 꽃을 그리는 ‘아리랑 꽃 시리즈’도 계속할 생각이다.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리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많이 보고, 많이 그리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이인호 작가. 이 과정에서 내가 즐겁고 기쁘면 최고라고 말한다.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정말 행복합니다. 그림은 저의 전부입니다.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때도 즐겁구요. 이름 삼행시를 받는 분들이 기뻐하시는 것을 보면 저도 정말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지역을 위해 봉사하며 꿈과 행복을 드리는 작가로 활동하겠습니다.”
이인호 작가의 작품은 복지관 유튜브 채널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기간은 10월 29일까지다.
취재 이훈이 기자 exlee1001@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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