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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놓고 프라이팬을 잡았을 때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2021 중독폐해예방 공모전 대상]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10/25 [09:3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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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에는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서 자기 전에 부모님께 반납을 해야 하거나 오락용 앱을 제한하는 식으로 외부의 규제를 받아 어느 정도 강제적으로 통제가 가능하였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어 원하는 만큼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게 되면서 손에 쥐어진 작은 전자기기에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게 되면서 좁은 방과 스마트폰은 내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그 시절 내게 스마트폰은 최고의 취미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다.

 

빛나는 화면에 빠져들어 밤을 지새운 지 4개월. 내게는 처참한 성적표, 두통, 안압, 턱·목·어깨 부분의 통증 등을 비롯한 건강상의 문제들이 결과로 돌아왔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을 줄여보자고 마음먹었다. 우선, 주로 하던 게임을 지우기로 했다. 그러나 자정이 되어갈수록 게임이 계속 생각났고 결국 게임 앱의 삭제와 재다운로드는 수차례 반복되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 관리 앱도 설치해 봤지만 잠금이 풀리기만을 기다렸다가 앱을 지워버렸고 사람을 만나며 바쁘게 지내려고 약속을 연달아 잡았지만 스마트폰 좀 그만 만지라는 소리를 듣고 나서는 만남을 그만두었다.

 

스마트폰 중독의 극복을 체념하며 지내던 어느 날, 우연히 소시지 야채볶음 영상을 보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눈을 비비며 만든 소시지볶음은 엉망으로 칼집이 나있었지만 내게 오랜만에 성취감을 안겨주었고, 어머니께서는 오랜만에 함께하는 아침식사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매일 아침식사를 부탁하셨다.

 

대형마트를 혼자서 몇 시간씩 돌아다니며 치즈만 해도 수십 가지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는 베이컨에 마요네즈보다 간장소스를 더 좋아하네’ 내가 좋아하는 맛과 식감, 매력적인 조리법을 찾았다. 방구석 세상이 조금씩 넓어져 갔다.

 

게임을 삭제했고, 이번에는 재설치하지 않았다. 대신 가족들과 대화하고 사진을 찍고 요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각종소스와 양념들이 찬장에 늘어갈수록 웅크려 누워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가끔 스마트폰 없이도 외출을 하였고, 폰 없이 다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머니는 내가 관성적으로 스마트폰을 집어 들지 않도록 항상 내가 할 일을 만들어주려 노력했다. 사소한 심부름부터 근교 여행까지 이어지는 애정어린 일정이었다. 나는 그렇게 서서히 스마트폰을 놓게 되었다.

 

스마트폰에 빠져 산 2년은 기록의 공백으로 남았다. 수동적 자극에 의존하면 당장은 즐거울 수 있겠지만 바깥세상은 빠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은 잊게 되는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스마트폰은 내 삶의 주인이 아니다. 

내 삶은 온전히 내가 주인이며 나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