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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이야기] 붉은 단풍나무가 품은 생존비밀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10/25 [10:4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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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지면서 기온이 내려가면 식물은 본격적인 월동준비에 착수한다. 그 첫 번째가 나뭇잎에 물의 공급을 차단하는 일이다.

 

나무가 잎과 잎자루 사이에 떨켜를 만들면 수액이 나뭇잎에 공급되지 않는다. 나뭇잎에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나뭇잎의 초록색을 구성하며 광합성을 주도했던 엽록소들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고 기존의 것들은 파괴돼 버린다.

 

그러면 엽록소에 가려서 색을 드러내지 못했던 광합성의 보조 색소들이나, 떨켜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못해 잎 속에 남게 된 물질들(주로 당분)이 변해서 된 새로운 색소들의 색이 드러나게 된다. 이것이 가을에 나뭇잎이 울긋불긋 물드는 원인이다.

 

월동준비를 하던 과정에서 타는 듯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을을 상징하는 나무 중 하나가 단풍나무다. 아기가 손바닥을 펼친 것처럼 생긴 단풍나무는 단풍나무과 교목이다.

 

단풍나무과 나무들의 잎은 정확하게 마주보기며 봄에 꽃이 진 다음 잠자리 날개처럼 생긴 열매 2개가 V자 모양으로 열매자루에 매달린다. 열매가 다 익으면 반으로 쪼개져 떨어지는데 공중에서 빙빙 돌면서 날아가 땅에 떨어진다.

 

과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단풍나무 씨앗은 빙글빙글 돌며 떨어질 때 낙하속도는 1초에 1.2m에 달한다. 씨앗이 이렇게 날 수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우선 단풍나무 씨앗의 날개는 평평해 보이지만 실제론 한쪽이 약간 두껍다. 한쪽이 두껍기 때문에 떨어지는 단풍나무 씨앗이 헬리콥터처럼 빙빙 돌면서 회전하는 과정에서 소용돌이를 일으켜 날개 위쪽의 공기압력은 낮춤으로써 아래쪽 공기를 위로 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런 양력이 작용하면서 씨앗은 회전을 통해 소용돌이를 일으켜 그만큼 오래 공중에 떠다닐 수 있게 된다.

 

단풍나무 씨앗의 생존전략은 또 있다. 단풍나무 씨앗의 날개에는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일정한 결이 있는데 날개의 결은 공기저항을 덜 받도록 도와준다.

 

골프공 표면에 올록볼록 돌기가 있어서 더 멀리 날아가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가 숨어있는 것이다. 단풍나무 씨앗은 최소한의 공기저항을 받으며 최대한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단풍나무 씨앗은 엄마나무로부터 멀리 떨어질수록 생존율이 높아진다. 양분, 햇볕, 물 등 식물의 생존에 필요한 요소에 대한 서로 간의 경쟁에서 자유롭게 되기 때문이다.

 

단풍의 붉은 색깔을 내는 색소인 안토시아닌에도 단풍나무의 생존전략이 숨어 있다. 단풍잎이 떨어져 안토시아닌이 땅에 흡수되는데 안토시아닌은 다른 종의 식물에 독처럼 작용하고 다른 식물이 싹을 틔우는 걸 방해한다.

 

이런 숨은 전략들을 알게 되면 가을 단풍나무는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숲에서 살아남기 위한 단풍나무의 지혜와 노력의 결실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올해는 기후변화로 예년보다 단풍이 늦어졌다고 한다. 단풍나무들의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새삼 깨달으며 울긋불긋 물든 가을 단풍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