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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희망대공원 희망으로 걷다

김순애 수정구 단대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11/25 [09:3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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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오 분 거리에 희망대공원이 있다. 일주일에 서너 번 산책을 간다.

 

봄에는 벚꽃과 철쭉이 예쁘게 피고 여름에는 은행나무 푸른 숲속이 하늘거리는 그늘을 만들어 마음속에 연두 물결의 호수를 만든다. 그리고 폭포와 분수대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니 가까운 피서지로 좋다. 어린아이들 물놀이장도 있지만 코로나로 운영하지 못하니 참 안타깝다. 성남시립도서관도 공원 안에 있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눈꽃이 피어 하얀 향기가 순결을 노래한다. 동네 사람들이 아이들과 눈사람을 만들면 겨울 풍경이 얼마나 따뜻한지 모른다.

 

지금은 깊어가는 가을이다. 은행나무가 황금빛으로 물든 숲속에 서면 내 영혼이 금빛을 발한다. 사계가 다 아름다운 공원이지만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는 말처럼 가을 풍경은 사색에 젖게 한다. 빈 의자에 앉아 멍때리다 보면 낯선 생각이 꿈틀대며 찾아온다. 마른 가슴에 물기가 스미고 잊고 있었던 감성이 살아난다.

 

나는 황금 같은 은행잎을 하나 둘 셋… 줍는다. 일흔이 넘은 나는 지금 소녀인가?

 

희망대공원은 오 층으로 되어 있다. 층과 층 사이 길이 나 있다. 계단으로 오르는 길도, 약간 오르막 우회 길도 있다. 나는 계단을 오른다. 오 층까지 천천히 오른다. 운동기구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 의자에 앉아 거리두기를 지키며 담소를 나누는 두세 사람들, 공원 정상의 원으로 된 트랙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다양한 사람의 풍경이 정겹다. “희망대공원”이라는 돌비석 앞에 서면 왠지 모를 희망이 내 삶에 찾아올 듯하다.

 

이 나이에 희망이란 건강뿐이다. 루소는 “철학의 첫 스승은 우리의 발”이라고 했다. 걸을 수 있다는 게 건강이다. 보기 드문 오 층짜리 희망대공원을 걸으면서 나는 건강에 대한 희망을 가진다. 걸으면서 공원 풍경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감각을 일깨워 가끔은 문학소녀처럼 글도 써볼 것이다. 주운 은행잎을 책갈피 속에 곱게 누이고 깊어가는 가을 하늘을 바라본다.

 


*독자 수필(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1년 12월 10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