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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10월 고사떡

이은순 수정구 창곡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11/25 [09:29]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하루 종일 두 내외가 뒹굴뒹굴. “산책 갑시다!” 내년이면 팔순을 바라보는 영감님과 4살 아래인 할매는 손잡고 천변으로 나간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살랑이고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든 산책길은 아주 상쾌하다. “운동 삼아 마트에 가 봅시다. 총각무 좋은 것 있나 보고 오게요.” 가다 보니 떡집 앞에 주욱 진열해놓은 시루떡이 보인다. 주머니의 돈을 만지작거리다가 그냥 지나친다. 나도 영감도 얼마나 좋아하는 떡인데….

 

집에 돌아왔다. 좀 걸었더니 잠이 솔솔, 저녁 먹기 전에 한숨 자야지 하고 누웠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언니, 형부 떡 좋아하시지?” “그러엄. 엄청 좋아하시지.” “지금 집으로 가고 있는데 언니네 근처 가면 전화할게. 현관에 나와 있어요.” 잠시 후 전화를 받고 나가니 팥 찰시루떡을 듬뿍 담은 봉투를 건네주고 간다. 40년을 이웃으로 산 후배 동생은 늘 살갑게 우릴 챙겨 준다.

 

나는 어려서부터 떡을 좋아했는데 남편도 떡 마니아다. 결혼 전 시댁에 인사 갔을 때가 10월 고사떡 하는 달이었다. 이 집 저 집에서 가져다준 떡, 먹다 만 부스러기, 말라 딱딱한 메시루떡까지 우리는 다 먹어 치웠다. 시댁 어른들은 내외가 똑같이 떡 좋아한다며 흐뭇해하셨다.

 

50년 전 이야기다.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음력 10월이 되면 집집마다 고사떡을 했다. 떡시루에 직접 앉혀 김새지 않게 아주 정성을 들였다.

 

작년에 큰 수술 받고 입맛을 잃은 남편이 팥시루떡을 자주 찾아서, 떡집에서 따끈한 떡을 많이 사다 줬다. 지금은 열심히 운동하고 긍정적으로 살다 보니 다시 예전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이제 젊음 속에서 바둥대던 시절도 행복한 그리움과 추억이 되고 그 밑거름으로 노후가 행복하다. 이 나이에 이만큼이라도 건강해서 걸어 다닐 수 있고 이웃의 끈끈한 정도 듬뿍 받으며 날마다 감사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

 


*독자 수필(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1년 12월 10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