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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가슴 따스한 어느 부부 이야기

김경자 수정구 상적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12/23 [18:08]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얼마 전 찬바람이 쌩쌩 불던 어느 날 우리 옷가게로 중년의 남자분이 들어와서 “주부용 코트 하나 주세요”라며 주문을 했다.

 

손님은 아내가 보통 키에 밝은 톤이 어울린다며 이것저것 물어가며 꼼꼼히 챙겼다. 이어서 마음에 드는 옷을 하나 고른 뒤 20만 원을 주면서 나머지는 신용카드로 하자고 했다. 현금이 부족한가 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내가 옷값 비싸다고 딴소리할까 봐요. 원래 짠순이라….”

 

참 잘 어울리는 부부다. 부인은 알뜰한 살림꾼이고, 남편은 그런 성격 탓에 옷 한 벌 변변히 사 입지 않는 아내를 위해 괜찮은 코트 골라가고.

 

거기다 아내가 놀랄까 봐 현금과 카드를 함께 사용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드는 센스까지. 그날 그렇게 손님은 옷을 들고 나갔다.

 

곧바로 다음날, 옷을 사간 남자 손님의 아내가 그 옷을 가지고 우리 가게를 찾아왔다. 그런데 이 손님, 포장을 다시 풀며 하시는 말씀.

 

“이 코트 좀 다른 걸로 바꾸려고요. 그래도 되죠? 60대 후반 할머니가 입으실 겨울 코트 있죠? 좀 산뜻하고 세련된 걸로 줘 보세요.”

 

이게 웬일? 알뜰한 살림꾼인 남편은 아내를 위해 코트를 사갔는데, 그 아내는 자신에게 사준 옷을 당신의 시어머니 옷으로 바꿔 가겠다고 온 것이다.

 

정말 옷 하나 그냥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서로를 극진히 아끼는 부부, 시어머니를 친정엄마 이상으로 모시는 며느리. 그날 시어머니께 드릴 옷으로 바꾸어 가는 그분의 뒷모습을 보면서 참 행복한 가정이구나 하는 생각에 며칠 동안 내 마음이 다 행복했다.

 

다가오는 2022년 새해에도 이런 성남시민들만 만났으면 좋겠다.

 


독자 수필(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2년 1월 10일(월)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