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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소환하다] “ 콩나물 50원어치 주세요” 하던 때부터 이어지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가게

상원할인마트(상대원2동) 사장 부부 이야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12/23 [17:3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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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상대원2동 주택가 골목 / 02 산지에서 들여온 농산물을정리하는 이수복 사장 / 03 물건을 정리하는 아내 신선희 사장 / 04 가장 오랫동안 가게를 지켜온1945년생 크림빵 / 06 이광덕(왼쪽) 경위의 물품 기증     ©비전성남

 

마트에서 연탄을 팔고 번개탄도 팔았었다. 가게를 가장 오래 지키고 있는 품목이라면 1945년생 크림빵이다. 1975년생 과자(샤브*)는 45년생 크림빵과 함께 꿋꿋하게 가게를 지키고 있다.

 

시간은 때때로 제멋대로다. 입 안에 남아 있는 과자 맛을 떠올리고 달콤한 크림을 혀로 핥던 그때로 데려다 놓고 시간은 내가 멈춰 있는 동안에도 흐른다. 불쑥 과거로 데려다 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제 갈 길로 가버린다.

 

저 오래된 과자는 마트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을까. 어떤 집에 들어가 가족의 대화에 끼기도 하고 학교에서 재잘대는 아이들 속에도 있었을 것이다. 산업현장에서도, 소풍 가는 길에도 자리를 잡고 누군가의 추억이 됐을 것이다.

 

“두부는 50원, 쭈쭈바도 50원, 콩나물은 50원 단위로 팔 때 장사를 시작했어요. 50원씩 팔던 것들이 지금은 대략 1천 원으로 비슷하게 올라 있죠. 연탄도, 번개탄도 팔고, 쌀은 80kg 단위로 노란 포대로 팔았어요." 

 

▲ 이수복․신선희 사장 부부     ©비전성남

 

이수복·신선희 사장 부부가 시곗바늘을 되돌렸다. 40여 년 전 상대원시장 근처에서 가게를 시작했다. 남편은 산지로 돌아다니고 아내는 가게를 지켰다.

 

밭떼기로 구매한 제철 과일과 채소는 싱싱한 물건, 저렴한 가격으로 주민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남편은 늘 산지로 돌아다니며 도매 물건을 거래하고, 아내는 자녀를 키우며 가게 일을 도맡았다.

 

마트 일이라면 아내 신 사장이 척척이다. 이 사장의 “아내가 두 사람 몫을 한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수십 년 동안 가게를 지키는 품목도 있지만 어느샌가 마술처럼 사라진 것들도, 새롭게 자리 잡은 것들도 있다. 

 

분유 회사에서 우량아 선발대회를 하고 모유보다 분유를 먹어야 좋은 것처럼 홍보하던 때는 2,500원, 3,000원 하는 분유 가격을 서로 경쟁하며 팔기도 했었다. 아기들이 별로 없어선지 몇만 원씩 하는 분유는 대형마트나 가야 볼 수 있는 품목이 됐다.

 

2000년대 중반 들어 생수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물을 사 먹는다는 걸 상상이나 했어요? 그때는 생수를 갖다 놔도 사 먹는 사람이 없었어요” 하고 아내 신 사장이 말한다.

 

엄마 심부름으로 콩나물 500원어치, 두부 한 모 사서 비닐봉지에 담아 가던 기억이 생생한데 지금은 잘 포장된 상품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남의 집에 방문할 때 선물로 인기 있던 커피와 프림이 들어있는 세트는 보이지 않고 봉지 커피가 담긴 종이 상자만 보였다. 세월 따라 가격도 달라졌지만 물건의 품목도 많이 바뀌었다. 

 

상대원2동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이 사장 부부는 이웃을 위한 나눔에도 앞장서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란 신조로 마을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진해서 라면, 쌀, 과일 등을 척척 기부한다.

 

최근에는 행복 파수꾼으로 소개된 상대원2파출소 이광덕 경위의 나눔 활동에 동참하며 이웃을 위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애경사 때를 빼고는 연중무휴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늘 열어 두던 가게였다. 재개발 진행으로 인해 거주민이 많이 줄었다. 손님이 일찍 끊겨 밤 9시에 문을 닫는다. 재개발이 본격화되면 마을의 모습과 함께 상원할인마트도 사라지게 된다.  

 

“글쎄요…. 다른 곳에 가서 또다시 장사할지, 귀촌할지 아직은 고민 중입니다”라고 말하는 상원할인마트 사장 부부의 표정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곳에서 장사할 수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가까운 곳에서 싸고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동네 마트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보겠다. 어려운 이웃을 향한 나눔 활동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 이 지면은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성남의 모습을 시민과 함께 추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주변에 30년 이상 오래된 이색가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착한가게, 장인 등이 있으면 비전성남 편집실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전화 031-729-20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