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친정 근처인 양지동으로 이사 온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동안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세 사람’의 이야기다.
첫 번째 사람은 10년 동안 고양이 밥을 줬다고 들었다. 그것도 하루도 빠짐없이. 기다리고 있을 고양이를 위해 매일 집을 나선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분은 고양이들 생각에 여행가는 것조차 조금은 망설이지 않았을까 싶다.
두 번째 사람은 초등학생. 친정엄마가 아침 운동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한 소녀가 학교로 가지 않고 학교 주변을 서성였다. 엄마가 “왜 학교에 안 가고 있니? 가기 싫으니?” 물으니 “아니에요”라며 학교로 막 뛰어갔다. 다른 날엔 실내화 가방까지 던져두고 뭉그적거리고 있었다고 했다. 엄마가 또 말을 거니 소녀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어요”라고 했단다. 등굣길에 고양이가 잘 있는지 보느라고 학교 가는 발걸음이 느려졌던 것이다. 소녀는 부모님과 상의해서 자신의 용돈으로 고양이 참치캔이나 간식을 사 주고 있다고 한다.
또 큰 택배 박스에 ‘고양이 집’이라고 써서 고양이 집까지 만들어 줬다. ‘만지면 나쁜 일이 생긴다’는 경고 문구까지 적어서. 참 귀엽고 착한 소녀다.
엄마의 말을 듣더니 아빠도 자주 가는 족발집 이야기를 꺼냈다. 세 번째 사람은 은행시장 족발집 주인이다. 족발집 주인이 아주 잘게 족발을 썰면 고양이 밥을 주시는 분이 가져가서 고양이에게 준다는 거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이사 온 양지동은 고양이들이 참 행복한 동네구나 싶다. 십 년째 거르지 않고 고양이 밥을 챙겨주시는 분도, 고양이를 보느라 학교 가는 발걸음이 느려지는 소녀도, 고양이에게 주려고 족발을 잘게 써는 족발집 주인도 그 이야기가 너무 따뜻해서 나는 벌써 이 동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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