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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설날을 안나의 집에서 시작하며

김진희 중원구 성남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02/24 [10:0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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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검색하던 중 ‘안나의 집’을 알게 됐다. 김하종(빈센시오) 신부님이 계신 곳으로 TV매체에도 여러번 소개된 적이 있는 노숙인 무료급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인데 지금은 한 달에 한번 꼭 들러 일하는 곳이 됐다. 꼬박 1년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변함없는 김하종 신부님의 자세다. 저렇게 수십 년을 한결같이 힘들고 어려운 이들의 끼니를 걱정하며 낮은 자세로 임하시는 신부님을 보면 경외감과 존경심이 든다.

 

올해 설날, 봉사자가 많이 없어서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 주섬주섬 옷을 입고 안나의집으로 향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봉사에 참여했다. 평소엔 기업체에서 단체봉사를 오기도 하는데 이날은 가족 단위나 타 성당에서 많이 왔다.

 

안나의집에 도착해 계단 위 왼쪽 문으로 들어가면 작은 카페가 있다. 무료로 커피도 마시고, 좀 일찍 오면 김하종 신부님과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오후 1시 전 계단 오른쪽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문으로 들어가면 넓은 주방과 긴 탁자 두 개가 마련돼 있다.

 

탈의실에서 모자와 앞치마를 두르고 간단한 기도를 한 다음, 신부님께서는 항상 새로 오신 분들을 호명하며 따뜻하게 맞이하고 매번 짧은 말씀과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러면 봉사자들은 각자 급식도시락을 포장한다. 국을 퍼서 국그릇 뚜껑을 덮고, 반찬통에 반찬을 여러 개 담고, 밥을 퍼서 종이 도시락에 꾸욱 눌러 각을 맞춰 뚜껑을 닫는다.

 

간식도 매번 다르다. 빵이 나올 때도 떡이 있는 날도 있다. 한 도시락에 착착 쌓은 다음 봉지에 담아 풀기 좋게 매듭지어 박스에 담아 1층으로 보낸다. 1층에는 이미 많은 노숙인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다른 봉사팀들이 하나하나 나눠드리며 맛있게 드시라는 인사를 건넨다.

 

이곳에서는 드라마 같은 일이 종종 일어난다. 뉴스에 등장했던 벤츠모녀 사건도 있었고, 도시락의 3분의 1은 멀쩡한 차림의 등산객들이 받아가기도 한다. 김하종 신부님은 이마 저도 성당에 오신 귀한 발걸음으로 생각하셔서 양심에 그냥 맡긴다고 하신다.

 

남을 돕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는 분에겐 안나의집 노숙인 무료급식봉사를 권해드린다. 두 시간의 봉사로 두 배 더 따뜻한 마음을 되레 얻어갈 수 있는 곳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설날 아침 시간을 내준 우리 봉사자들을 위해 시멘트 바닥에서 그냥 철퍼덕 큰절을 올리는 김하종 신부님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드린다.

 


독자 수필(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2년 3월 11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