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우리를 환호하게도 또 분노하게도 했던 이번 올림픽에서 루지의 임남규(33·경기도루지연맹) 선수는 온 국민의 응원 속에 비인기 종목이었던 루지의 매력과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루지연맹월드컵 6차 대회에서 임 선수는 루지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왼쪽 정강이가 찢어져 뼈가 드러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그는 응급 수술 후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 출전은 멀어진 듯 보였다. 그러나 귀국 사흘 만에 목발을 짚고 다시 유럽행 비행기를 탔고, 붕대를 감은 채 월드컵 8차까지의 모든 일정을 소화하며 결국 베이징행 티켓을 따냈다.
사실 임남규 선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후배들을 양성하는 지도자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달라는 대한루지경기연맹의 권유를 받았고, 크게 다친 몸으로도 월드컵을 완주하며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다시 설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다.
루지는 썰매 삼총사(루지·스켈레톤·봅슬레이) 중에서도 가장 민감하고 빠른 종목이라고 한다. 잦은 사고로 인해 현재는 시속 135km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2009년 월드컵에서 순간 최고 시속 153.98km를 찍었을 정도다.
온전히 회복되지도 못한 몸으로 썰매에 올라타면서 두려움이 없었을까. 하지만 그는 아직 선수층이 얇은 루지를 위해, 또 후배들이 큰 대회에 계속 출전할 수 있는 길을 터 주기 위해 다시 도전했다. 그리고 해냈다.
실제로 귀국한 지 사흘 뒤 새벽, 푼 지 얼마 안 된 짐을 다시 싸며 임 선수는 ‘이 많은 시간을 기다려 올림픽에 한 번 더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내가 하지 않으면 팀 릴레이는 출전의 기회조차 없다. 나는 그 소중한 기회를 만들고 싶다. 가능성을 믿고 해보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우리가 올림픽 내내 임남규 선수의 모든 경기에 뜨겁게 환호하고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던 이유이기도 하다.
부상에도 3차까지 레이스를 완주한 강철같은 임남규 선수였지만 어머니 강옥영 씨에게는 늘 애틋한 아들이다. 그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귀국하는 줄로만 알았던 강옥영 씨는 귀국 당일에야 사고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고 한다.
그는 또 훈련을 떠나기 전에는 늘 어머니의 영양제를 비롯해 세안제까지 챙기고 시간이 날 때마다 가게 일을 도와 배달도 마다하지 않는 살가운 아들이기도 하다.
시장 내에서 생닭 집을 하며 은행동에 자리 잡고 산 지 11년. 이제는 은행2동에서 임 선수와 어머니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아들 덕에 강옥영 씨도 스타가 됐다고 한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로 다시 대표팀을 이끌 예정이라는 임남규 선수. 그가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준 투혼은 앞으로 대한민국 루지가 한층 더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취재 서동미 기자 ebu73@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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