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그림책이란, 평생 머물고 싶고 배움이 가득한 것입니다. - 김유 나에게 그림책이란, 책을 그리는 순간은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공간, 그 책을 다시 펼쳐볼 때는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 다른 이가 그린 그림책은 또 다른 세계로 상상 여행을 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 바림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의 작가모집 프로젝트 <언-프린티드 아이디어 UN-PRINTED IDEAS> 세 번째 전시가 2월 24일 시작됐다.
제3회 <언-프린티드 아이디어> 展은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글이 없는 그림책’, ‘자연과 사람’, ‘논픽션 그림책’, ‘친구’를 주제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8월부터 10월 중순까지 1·2차로 작가를 선정했다.
10월 말부터 올해 2월까지는 전시 작품을 준비했다. 이 기간은 최종 선정된 12명의 작가와 미술관이 함께 원화, 더미북, 작업 과정을 전시로 엮어내는 시간이었다.
작가모집 프로젝트 <언-프린티드 아이디어>는 2회까지 총 4권의 책이 미술관 지원으로 독립출간 됐고, 총 11권이 외부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이번 <언-프린티드 아이디어> 展은 4가지 주제로 선정된 작품을 공간적, 심리적 IN&OUT으로 묶었다.
IN&OUT 구성은 작가들의 상상과 그림을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깊이 빠져드는 <공간적 IN – 글이 없는 그림책>, 고개를 들어 밖을 보라는 <공간적 OUT – 자연과 사람>, 작가들의 주관적이고 깊은 애정의 산물이 전달하는 객관적인 정보 <심리적 IN – 논픽션 그림책>, 다른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여러 가지 모습 <심리적 OUT – 친구> 등이다.
IN&OUT 구성은 상징적인 문을 통해 작품 세계로 안내한다.
‘글이 없는 그림책’의 첫 작가는 주은빈. 주 작가는 아기가 새로운 세계인 깊은 바다를 여행하는 <나는 어디로 갈까?>를 그렸다. 아기에게 바다는 새로움과 호기심 그 자체이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바림 작가의 <박물관에서>는 아이가 무채색의 박물관을 관람하며, 되살아난 동물들을 만난다. 각각의 색으로 되살아난 동물들은 초원인 듯 유유자적 거닐고 아이를 등에 태우고 달리기도 한다.
<휘리릭, 뚝딱, 쿵!>은 건축물이 무너지면서 이질적인 것들이 섞일 때, 조화를 이뤄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과정이다.
남형식 작가는 전통건축에서 기준선을 놓는 ‘먹줄놓기’에서 주제를 얻었다고 한다.
고개를 들어 바깥을 보라는 ‘자연과 사람’에서 관람객이 처음 맞닥뜨리는 것은 녹색이다. 김혜진 작가가 자주 가는 서울의 한 수목원을 그렸다.
관람하는 어린이들이 나무를 그려서 채우는 ‘우리들의 수목원’은 보는 내내 기분이 밝아진다.
유지우 작가의 <여우 목도리>는 앞에서는 ‘소녀 이야기’가, 뒤에서는 ‘여우 이야기’가 시작돼 가운데서 만나는 양방향 그림책(더미북)에 먼저 손이 뻗는다.
추운 겨울 숲속 마을에서 여우 목도리와 여우 사냥이 유행한다. 여우를 만날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그제서야 후회하다. 사람들을 피해 아이들이 지켜낸 어린 여우 두 마리는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을까?
<강의 하루>는 새벽부터 깊은 밤까지 강이 흘러가는 다양한 풍경들을 우리나라 전통 공예인 조각보로 표현했다.
황윤선 작가는 강의 하루를 통해 계절, 공기, 생명 등 자연의 순환을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만의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논픽션 그림책’의 첫 공간은 한영림 작가의 <21-55 철공소>. 작가의 아버지가 오랫동안 운영 중인 일터다.
기계와 도구, 작업, 철공소와 주변 철공단지를 그렸다. 영상은 철공소의 다양한 소리와 풍경을 보여준다.
두 번째 공간은 벽 가득 자리잡은 김유 작가의 ‘꼭두’가 맞는다.
꼭두는 우리나라 전통 장례식에 사용되는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 조각상이다. 이승을 떠나는 영혼에게 길을 안내하고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허드렛일을 도맡아 한다. 무엇보다도 저세상으로 떠나는 영혼을 달래고 즐겁게 해준다.
노혜영, 노혜진 두 작가는 <넌 누구니?>에 친조모와 외조모의 일생을 담았다. 출생과 성장, 혼인과 자녀 등 그들의 평범한 삶과 한국의 근현대사를 흑백사진을 모아놓은 것처럼 표현했다.
두 작가는 할머니들의 물건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전시 관람 어린이들도 할머니의 물건을 그렸다. 마지막 주제는 그림책에서 가장 많이 다룬다는 ‘친구’. 작가들만의 남다른 상상과 해석으로 풀어낸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엄지짱꽁냥소의 <딱 하나가 없는 외계 나라>. 부족함이 없는 외계 나라에 ‘웃음’을 찾으려는 외계인들은 그림책 작가를 납치하고, 그림책을 통해 웃음을 되찾는다. 외계와 그림책 작가가 친구가 되는 과정을 재미있게 담았다.
송조 작가가 탄생시킨 구미와 구래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졌다. 힘든 시간을 겪으며 서로 이해하고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만난다.
이서연 작가의 <벤치: 슬픔에 대하여(더미북)>는 좌우로 펼칠 때마다 다른 장면과 문장이 조합된다. 책 속의 우연한 조합처럼 관계는 사람의 의지만이 아닌, 시간과 상황 같은 다른 요소들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가 사용한 24개의 단어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드는 체험도 재밌다. 총 144개의 문장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 전시 공간에서는 참여작가들이 영상을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와 작품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영상 옆에는 도서제작 지원 작품 선정에 관람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투표함이 비치됐다.
이번 전시는 각 공간마다 작품의 특징을 살린 체험활동이 준비됐다. 전시장 5곳에 설치된 ‘AR(증강현실)스팟’에서는 AR을 통해 영상과 음악을 더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연계프로그램도 4세부터 9세(초2)까지 연령별 수준을 고려한 <자연을 지키는 Little Monster!>, <또 다른 세계, 또 하나의 이야기>, <나에게 넌> 등이 주말마다 열린다. 일정과 교육비는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3회 <언-프린티드 아이디어> 展은 6월 26일까지 열린다.
<언-프린티드 아이디어> 展 * 개관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입장마감 오후 6시) * 휴 관 일: 매주 월요일 * 입 장 료: 6천 원(성인, 아동 동일) * 관람문의(단체관람): 031-5170-3700, www.hmoka.org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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