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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모란꽃 한 송이 피우고 싶다

김수진 중원구 성남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03/23 [22:1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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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아름다워 화중지왕(花中之王: 꽃 중의 왕)으로 불리는 모란. 무더웠던 8월 어느 날, 30여 년 살던 곳을 벗어나 수도권에 자리 잡아야겠다고 결정했을 때, 지하철 지도를 펼치고 수많은 역을 살펴봤다. 그중 눈에 들어오던 이름 모란. 그렇게 성남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막상 부푼 마음을 안고 왔지만,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이다 보니 두려움과 걱정으로 잠 못 자는 날이 많아졌다.

 

일상생활과 사회서비스 기관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미용실과 과일가게는 단골집이 됐고, 성남고용복지센터, 성남시청년지원센터, 분당구보건소, 성남동 행정복지센터까지 많은 행정기관을 통해 정착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제일 걱정이 많았던 것은 거주지였다. 수도권이고 혼자 생활해야 하다 보니 신경 쓸 게 많았고, 생각했던 비용과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열 군데 이상을 다니면서 어렵게 투룸을 구했지만 적지 않은 월세 부담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집을 선택하게 된 건, 집주인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과거 열심히 장사하며 아끼고 아낀 돈으로 근검절약하며 사는 분으로, 임대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많이 없애 주셨다.

 

“입주일 전에 짐 옮겨도 좋고 먼저 들어와 있어도 괜찮아! 어차피 비는 집인데 뭐!” 하면서 선반, 도어 록, 방범창 보수부터 여름엔 포도, 겨울엔 고구마도 한 박스씩 챙겨주셨다.

 

각자도생하기 바쁘고 내 이익만을 앞세울 거라 생각했는데 이사 오면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이전보다 더 깊은 이웃의 정을 느꼈다.

 

모란꽃은 뿌리가 깊지 않고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나 역시 성남이라는 좋은 토양에 잘 정착해 한 송이의 모란꽃을 피우고 싶다. 지역에 좋은 향기를 남기며 누군가에게 씨앗처럼 이곳에서 잘 자리잡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

 

 


※ 독자 수필(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2년 4월 11일(월)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