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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소환하다] 뛰뛰~ 빵빵~ 길 따라 시간을 달리는 버스

차창에 세상의 변화를 담는 동성교통 김도영 기사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04/22 [11:1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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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첫째도, 둘째도 안전운전을 목표로 삼는 김도영 기사의 운행 모습  02 복개 전 대원천이 흐르던 도로 03 운행을 마친 후 차고지에서 충전 중인 전기 버스들  04 운행을 마치고 보통골에 위치한 차고지에 들어온 김도영 기사     ©비전성남

 

“가천대에서 복정역 가는 길이 비포장도로였던 걸로 기억해요. 먼지가 많이 나서 그 구간을 지날 때 창문을 닫았거든요.”

 

중원구 보통골에서 서울 신설동까지 운행하는 동성교통 303번 버스를 운행하는 김도영 기사가 약 30년 전의 기억을 더듬었다.

 

570번 버스가 303번으로 바뀐 지금, 김도영 기사가 버스 창으로 세상을 본 시간을 함께해 봤다. 버스를 몰고 시간 사이를 지나온 것이 약 30년, “달리는 버스처럼 시간이 참 빠르게 흘렀다”고 말한다.

 

첫 아이 백일 때 버스 일을 시작했다. 당시 버스 기사 채용은 다소 까다로웠다. 나이 제한은 물론 미혼이거나 이혼, 가정에 문제가 있으면 채용을 안 하던 시절이었다.

 

도시의 변화 30여 년, 같은 길을 달렸지만 늘 도로 상황은 다르고 유리창 밖 풍경은 바뀌어 갔다. 대원천이 흐르던 곳에 길이 나고, 단대천이 복개되니 왕복 8차선 도로가 생겼다. 그 아래로 성남에도 드디어 지하철이 들어왔다.

 

1972년 창립 당시 구 종점(단대오거리)에 있던 동성교통은 도시의 변화에 따라 상대원 대원터널 사거리로 이전했고, 그 후 좀 더 한적한 곳을 찾아 현재 차고지인 보통골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을 사람들은 570번 종점으로 부르고 기억했다.

 

버스회사 이름보다는 남한산성 입구에 있던 남성교통은 736번 종점, 신구대 사거리에 있던 대성교통은 239번 종점 등으로 부르고 기억했다. 지나간 기억 속에는 경기고속, 경기교통, 용남여객, 영종여객 등 성남에서 사라진 운수회사도 많다.

 

뛰뛰~ 빵빵~ 버스가 출발한다 보통골에서 공단, 대원사거리, 단대오거리, 성남시의료원(구 성남시청), 태평역, 복정역을 거쳐 서울로 향하는 570번(현 303번) 버스는 노선에 공단이 있어 손님이 많았다. 콩나물시루라는 표현이 딱 맞았다.

 

왠지 한가할 것만 같은 새벽 4시에 출발하는 첫차는 특히 콩나물시루였다.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들, 가락시장으로 향하는 승객들이 첫차 버스의 주인공들이다. 첫차의 붐빔은 여전하지만, 지하철과 마을버스가 생기면서 승객이 분산돼 손님이 많이 줄었다.

 

짓궂은 승객들 버스 요금보다 할인된 금액으로 사서 학생들이 사용했던 회수권은 1998년 초, 토큰은 1999년 10월에 사라졌다.

 

노선을 한 바퀴 돌고 온 요금통을 정산하다 보면 짓궂은 학생들이 한 장의 회수권을 반으로 찢고 그것을 다시 반으로 접어 한 장의 회수권을 두 장으로 사용했던 흔적에서부터 토큰 크기만한 달러 동전이 한 움큼씩 쏟아져 나왔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버스정류장 인근엔 토큰과 회수권을 판매하는 소규모 간이 점포가 하나씩 있었다.

 

회수권에 이어 토큰까지 없어진 이후 점포는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변하는 풍경은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기술의 발달 도로 사정이 좋아지고 버스 연료가 바뀌면서 버스 운행 여건은 좋아졌다. 경유 버스에서 LNG, 친환경 전기버스로 발전하고 있다.

 

경유차에 비해 소음이 줄었고, 양발을 모두 사용해야 했던 수동기어는 자동기어버스로 바뀌고 있다. 왕복 약 3시간 30분을 운행하는 기사들의 피로도는 반으로 낮아졌다.

 

동성교통 303번 버스, 김도영 기사는 “마땅하게 할 거 없으면 버스 운전을 해봐라”던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버스 운행을 지금은 천직으로 여긴다.

 

“저는 쉬는 날보다 일하는 날이 더 즐겁고 좋아요”라고 말하는 김도영 기사가 마지막으로 버스 승객을 향해 한마디, 부탁의 말을 남긴다.

 

“안전한 승하차를 위해 좌석에 앉아 벨을 누르고 차가 멈춘 다음 일어나서 내려주세요”라고.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이 지면은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성남의 모습을 시민과 함께 추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주변에 30년 이상 오래된 이색가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착한가게, 장인 등이 있으면 비전성남 편집실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전화 031-729-20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