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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이야기] 벌의 오랜 친구, 아까시나무

숲을 푸르게, 땅은 기름지게, 향기는 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04/22 [14:1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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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김혜경     

 

꽃의 계절 5월엔 시각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향긋한 향기로도 봄을 맞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나무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아까시나무다.

 

식물들은 자신의 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곤충들의 활동시간에 맞춰 향기를 발산한다고 한다. 밤에 활동하는 나방의 도움을 받는 식물들은 밤에 향기가 강해지는데 꿀벌의 밀원식물로 알려진 아까시나무는 햇빛이 있는 낮시간에 강렬한 향기를 내뿜는다.

 

아까시나무는 아카시아로 잘못 불리곤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수종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까시나무는 1891년 사가키란 일본 사람이 중국 북경에서 묘목을 가져와 인천에 심은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아까시나무는 가시가 작고 성글며 5월부터 6월에 걸쳐 새하얀 꽃을 포도송이처럼 매달아 피운다. 반면 황금색 꽃을 피우는 아카시아는 가시가 크고 빽빽하며 아프리카가 원산지다 보니 기후가 맞지 않아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는다.

 

아까시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질소 고정 박테리아와 공생하면서 질소를 고정하며 자라므로 땅을 기름지게 한다. 개화기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민생이 어려워지면서 우리나라엔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이 많았다.

 

토사가 흘러내릴 정도로 황폐해진 척박한 민둥산에도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란 아까시나무는 헐벗은 산을 빨리 복구시켜 우리나라 녹지사업에 큰 기여를 한 나무이기도 하다.

 

때로는 너무 왕성한 생명력으로 인해 우리의 토종 나무를 죽이며 생태계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아까시나무는 대체로 20~30년의 청년기를 지나면 급격히 자람이 나빠지면서 토종나무에게 자리를 내주기 때문이다.

 

숲을 푸르게 하고 땅을 기름지게 하는 아까시나무는 최고의 밀원식물이기도 하다. 아까시나무 꽃 속에는 질 좋은 맑은 갈색의 꿀이 가득하고 꿀샘 있는 부분이 진한 색이라 벌이 찾아오고 꿀을 가져가기에 적절해 꿀벌나무(Beetree)라고도 불린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벌꿀의 70%가 아까시나무꽃에서 나오는데, 1년에 1천억 원이 넘는 양봉농가의 수입은 아까시나무 꽃이 주는 선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꿀벌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봄 최소 77억 마리의 꿀벌의 실종소식에 농촌진흥청은 꿀벌의 감소로 인한 양봉농가의 피해를 줄이고자 아까시나무를 비롯한 밀원수 3,500여 그루를 식재하기도 했다.

 

꿀벌의 귀환을 바라는 절실한 마음으로 식재된 아까시나무가 꿀벌을 돌아오게 하진 못하더라도 다시 꿀벌이 돌아온다면 꿀벌의 오랜 친구 아까시나무는 꿀벌에게 아낌없이 꿀을 내어줄 것이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