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만 있으면 오감을 충족할 수 있고 한가한 시간에는 TV로 드라마를 몰아 볼 수도 있으며 재미있는 영화들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시대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영상 미디어 범람 속에서도 책에 대한 관심을 넘어 나만의 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쏠쏠한 나만의 독립출판’ 강연이 열렸다.
5월 19일(목) 오후 2시 분당 코끼리서점(대표 문선미)에서 진행된 이명제 작가의 강의는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 사업으로 진행됐다.
이명제 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언론대학원에서 공부를 했다. 한솔수북, 나다움어린이책, 반달그림책에서 어린이책 홍보 일을 오랫동안 했다. 여성연대 테마 소설집 「언니 믿지?」에 소설을 실었고 「얼른 만나고 싶어」라는 첫 그림책을 독립 출판했다.
작가는 「얼른 만나고 싶어」를 펀딩으로 출간하면서 그림책을 좋아하고 얼마나 자유로워졌는지를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용기를 내서 내손으로 내 책 한 권을 만들어 봤을 때 내 마음이 얼마나 풍요로워지고 자신감이 커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강연으로 풀어갔다.
아기 사자 ‘심바’가 주인공인 「얼른 만나고 싶어」는 미국에 사는 동생이 임신을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엄마도 아빠도 없이 입덧을 하고, 산통을 겪고 아기를 낳고, 아기의 첫 생일을 맞기까지의 이야기다.
아기를 기다리는 가족의 이야기를 가족들의 여러 시선으로 담았다. 아기를 기다리는 보편적인 이야기지만 사람들에게 어떻게 공감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말하고 싶은 주제를 담았다.
할머니는 온갖 좋은 것들을 모하 퀼트 이불을 만들고 할아버지는 좋은 의미를 가진 말들을 찾아 이름을 지어준다. 큰 이모는 긍정의 마음을 담은 모자를 만들어주고 삼촌은 장난감을, 작은 이모인 작가는 이야기를 직접 지어준다.
이 책에 담긴 애틋한 기다림은 태어날 아기를 보고 싶은 기다림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는 기다림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독자의 모든 기다림이다.
한국 엄마와 미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심바는 이중 국적이다. 그래서 그림책은 한국어와 영어 이중 언어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심바의 엄마와 아빠가 영어로 번역했다. 이 이중 언어는 코로나 시대에 모든 것이 장벽으로 느껴졌고 책에서 언어의 장벽만이라도 없애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매년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다. 올해 세계 책의 날에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대형출판사 24곳의 독립출판물 작가 25명의 도서 36종을 전시했다. 이 전시는 작가의 개성이 그대로 담긴 독립출판물을 알리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교보문고 마케팅기획팀이 기획한 것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강소금 작가의 “할머니가 되면 커다란 책장 속에 특이하고 재미있는 책을 잔뜩 꽂아 놓고 싶다. 그중 한 줄은 살면서 내가 만들어온 책이면 좋겠다. 그래서 출판한다”라는 말이 이명제 작가 자신이 출판하는 마음과도 같다고 했다.
독립출판과 1인 출판은 책을 만드는 것은 거의 같지만 유통 범위가 다른 것이 가장 큰 차이다. 1인 출판은 ISBN(바코드)을 필수로 받아야 하지만 독립출판은 그렇지 않다. 바코드가 있는 책은 대형서점 유통이 가능하고 바코드가 없는 독립출판 책은 독립서점에서 유통된다. ISBN을 받으면 신간 홍보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각기 장단점이 있다.
세계 책의 날에 전시된 독립출판물들 중 작가의 기억에 남는 작품을 소개했다. 바리스타 직업을 가진 작가가 쓴 「2분 30초 안에 음료가 나가지 않으면 생기는 일」은 독립출판은 어떠한 주제도 책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집에서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박찬빈 작가의 「찬빈네 집」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에어비앤비 사업을 시작해 성공적으로 운영한 이야기다.
「원주」는 원주의 유명한 맛집이나 관광지가 아닌 원주 사람이 알고 있는 원주를 보여주는 책이다. 「저 그냥 영화 좋아하는 사람인데요」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오가는 이야기나 영화에 나온 장소를 다양하게 풀어낸다.
독립출판물은 자신과 관련된 작은 이야기부터 어떤 소재든 구애받지 않고 모든 작업에 공을 들여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요즘 사람들이 독립출판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기존 출판에 대한 반감과 지루함, 지식산업이라는 출판계의 권위와 무게 때문일 것이다. 콘텐츠를 다양하게 만들어 다양하게 내보이는 플랫폼(텀블벅, 와디즈, 브런치, SNS 등)이 많아졌고 성공 사례도 많다.
대표적 성공 사례는 우울증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와 텀블벅 펀딩으로 시작해 드라마 판권 계약까지 이룬 「옥토」 등이 있다. 독립출판 방법에는 맞춤형 소량 생산(Publish On Demend)이 있다. 글·그림·디자인까지 마치고 POD를 운영하는 사이트에 파일을 올려 디지털로 출판·발매하며 작가에게 10% 인세를 준다.
이 방법은 서점에서 대량판매를 원할 경우 사이트에 필요한 수량을 주문해서 판매해야 해 대량판매의 어려움이 있다.
다른 독립출판 방법인 펀딩은 제작비 모금보다 홍보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적극 추천한다. 대표적 펀딩 사이트는 텀블벅과 와디즈가 있다. 텀블벅은 문학이나 에세이의 창작자들이 주로 참여하고 와디즈는 글쓰기와 전자책, 매뉴얼 같은 실용서 발간할 때 참여한다.
책의 인쇄는 출판 부수에 따라 유리한 방법으로 정하는데, 출판 부수가 적을 때는 인디고(디치털)로, 출판 부수가 250부 이상일 때는 오프셋(평판인쇄)으로 하는 것이 좋다.
요즘엔 책보다 굿즈(Goods)가 더 인기가 많기도 하다. 굿즈는 예쁜 것을 좋아하거나 인스타그램 감성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의 소확행 방법이 되기도 한다. 독립출판 시 굿즈도 좋은 방법이다.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작가가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이매문고에서 이소영 작가에게 캐릭터 만드는 방법 강의를 듣고 그림에 대한 재미를 느껴 그 후로 계속 그림 강의를 찾아 듣고 배웠다. 부족하다 생각했지만 독립출판이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용기를 내 그림을 그렸다.
많은 수강생들이 자신들과 같은 상황에서 시작했다는 이명제 작가의 경험담을 듣고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날 수강한 최은주 씨는 “독립출판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어떻게 시도해야 할지 몰랐는데 독립출판의 과정을 경험자로서 쉽게 얘기해 주셔서 도전할 희망이 생겼습니다. 이런 좋은 강의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이제 독자들은 어떤 권위에 기대지 않는, 작가 개성이 담긴 이야기를 원한다. 출판계도 새로운 것에 대한 니즈와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독립출판에 관심을 갖는다.
내가 하고 싶은, 내가 만든, 내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해보자! 발굴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나를 발굴하자!
코끼리서적의 작가와 함께하는 강연은 6월 14일(화), 8월 2일(화), 8월 9일(화) 예정돼 있다. 참가비는 무료며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
분당 수내동 코끼리서적 031-711-0295
취재 나안근 기자 95nak@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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