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아홉 시에 성남시청 앞을 출발한 버스가 호젓한 남한산성 길을 올라간다. 첫 번째 행선지는 수어장대 .
계속되는 오르막에 숨이 차지만 상쾌한 공기가 폐부에 가득 찬다. 낮은 성곽 밖으로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숱하게 올라왔던 수어장대였는데, 정미숙 문화해설사가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산성의 역사 이야기가 새롭다.
특히 인조를 구한 나무꾼 서흔남의 이야기나 수어장대 누각 앞마당에 있는 큰 바위의 매 발자국 전설은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재미난 옛날이야기처럼 귀가 쫑긋해진다. 앉으면 저절로 술이 깬다는 바위 취성암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다.
내려오면서 들른 행궁 은 언제 봐도 격조 높다. 기와 위에 걸친 구름 조각마저 멋스럽다.
고소한 손두부로 배를 채운 후 신구대식물원 으로 향한다.
나름 고되었던 산행 후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잠깐 단잠이 든다. 연둣빛 꽃 받침대를 한 것 같은 튤립, 올망졸망 봉오리가 맺힌 작약, 수십 종류의 블루베리 묘목 등 사시사철 피어나는 식물원의 꽃과 나무들은 그 모습이 인위적이지 않고 조화롭다.
조용히 식물원을 한바퀴 둘러보고 차 한잔을 마신다. 꽃과 바람과 달콤한 차향이 그동안 바빴던 삶에 잠시 쉼표를 찍어준다.
마지막으로 들른 판교박물관 . 돌무더기 무덤과 옛 유물들이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다시 생명력을 얻는다.
코로나로 중단됐던 성남 시티투어 도시樂 버스가 운행을 재개했다. 일주일에 세 번(목·토·일) 운행하는 성남시티투어는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과 약 17만 평 규모의 넓은 식물원,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백제와 고구려시대의 무덤 양식을 한 끼 식사비 정도의 비용으로 다 둘러볼 수 있다.
투어에는 문화해설사가 동행하는데 여행객들에게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5명 이상이면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광을 할 수 있는 <해설이 있는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도 투어를 즐기는 방법이다. 앞으로는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코스 등 다양한 일정도 추가될 예정이다.
늘 똑같은 일상에서 잠시 눈 돌리고 싶을 때, 혹은 가족끼리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 가고 싶을 때. 언제든 가볍게 떠나 보자. 튼튼한 다리와 약간의 부지런함만 있다면 도시樂 투어가 즐거운 하루를 선사할 것이다.
단, 점점 더워지는 날씨와 코로나의 확산 여부에 따라 투어 일정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여행 계획을 잡기 전 반드시 일정을 확인하고 예약하기를 바란다.
성남시 관광과 031-729-8602 취재 서동미 기자 ebu73@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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